합병 후 뒤숭숭한 '티메프'…인력 대거 이탈
위메프는 이직 지원, 티몬은 수시채용 강화
큐텐 "구조조정은 따로 필요치 않아" 해명
업계 "연이은 인수에 조직 전면 재정비에 따른 인력 이탈" 해석
2023-05-22 06:00:00 2023-05-22 06:00:00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지난해 가을부터 반년 동안 티몬, 위메프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을 연이어 인수해온 큐텐이 최근 대규모 인력 변화로 어수선한 모양새입니다.
 
큐텐 측은 인력 변동이 빈번한 업황 특성상의 조직 재정비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업계는 대규모 합병에 따른 대대적 인력 이탈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위메프 '이직 지원 제도' 실시…티몬은 수시채용 확대
 
21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작년 9월 티몬을 인수한 이후 올해 3월 인터파크 커머스, 지난달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하며 외연을 확장해왔습니다. 하지만 큐텐이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위메프와 티몬의 인력 손바뀜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위메프는 이달 9일까지 이직을 원하는 직원들에게 특별 보상금을 지급하는 '이직 지원 제도'를 실시했습니다. 이는 임직원 중 신청자를 받아 이직을 희망하는 직원에게 3개월 치 월급을 특별 보상하는 제도입니다. 영업직군을 제외한 전 직군이 해당됩니다.
 
위메프 본사 전경. (사진=위메프)
 
특히 최근 업계에서는 위메프 홍보팀 내부 변동과 관련한 지라시가 돌았습니다. 지라시에는 위메프 홍보팀이 대거 이탈하고 이달 중순까지만 근무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큐텐이 위메프까지 인수하면서 불필요한 인원을 정리하는 인력 효율화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위메프가)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 같다"며 "회사를 대변하는 홍보팀에서 조직원들이 대거 이탈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큐텐 측은 워낙 인력 변동이 잦아 구조조정이 딱히 필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인수하고 나서 새로운 변화를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는 시기라는 설명입니다.
 
큐텐 관계자는 "위메프 홍보팀에서 사직을 표한 이들은 이전부터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던 걸로 안다"며 "이 업계는 한 달에 평균적으로 30명 이상이 자연적으로 감소하고 새롭게 충원되는 곳이다. 워낙에 인력 변동이 잦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직 지원 프로그램은 이직을 고민하는 직원에게 3개월 봉급을 드리는 프로그램에 해당한다"며 "전혀 강제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위메프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 아니라, 새로 조직을 인수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라는 것이 큐텐 측 논리입니다. 하지만 큐텐이 회사 차원에서 퇴사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인력 이탈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한편 지난달 티몬은 오히려 큐텐과는 반대로 수시채용을 확대하고 청년 취업을 지원하는 등 인재 밀도 높이기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는 최근 티몬에서 인력 누출이 발생함에 따라 경력직을 중심으로 한 충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그만큼 티몬의 인력 누수가 큐텐의 예상 보다 심각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티몬 측이 밝힌 최근 인력 누수 규모는 1개월 당 평균 20~30명 수준입니다.
 
티몬은 20여개 직군에서 경력직을 수시채용 중입니다. 채용 직군은 △공공기관·지자체 사업기획자 △마케터 △리빙·가전카테고리 MD 등입니다.
 
자회사 3사 모두 실적 저조…직구 시장 잡기 사활
 
업계는 큐텐의 빠른 조직 재정비가 자회사들의 저조한 실적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큐텐 자회사 3사의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 2022년 기준 티몬의 영업손실은 152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위메프의 영업손실은 539억원, 인터파크 커머스의 영업손실은 22억원입니다. 영업손실 총합계만 2088억원에 달합니다.
 
큐텐 자회사 3사 영업손실 비교. (그래픽=뉴스토마토)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 쿠팡, 이마트 등이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며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직구(직접 구매) 시장의 경우 압도적인 1위 사업자가 없습니다. 큐텐이 빠르게 조직을 재정비하고 실적 정상화를 이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큐텐은 향후 계획과 관련해 직구 분야의 경우 큐텐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전개할 수 있는 사업 방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큐텐은 국내에서 티몬, 인터파크 커머스, 위메프 3사가 시너지를 내고 각자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티몬, 인터파크 커머스, 위메프가 갖고 있는 3개 플랫폼들을 각자 플랫폼 형태로 운영하며, 각 사 홍보팀도 별개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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