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붕 타지키스탄)(10)탈레반이 부순 불상, 타지키스탄이 살려내다
세계 최대 '점토 열반불'로 한국 불교 신자들을 초대하며
이슬람의 나라 타지키스탄에 남아 있는 실크로드 불교의 숨결
불상을 부순 탈레반, 묻힌 부처를 복원한 타지키스탄
2026-06-12 06:00:00 2026-06-12 06:00:00
중앙아시아는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지역입니다. 그중에서도 타지키스탄은 이름조차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죠. 그러나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산악지대와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파미르 고원을 품은 이 나라는 젊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 그리고 한류에 대한 호감까지 더해져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 기업들엔 미지의 시장이지만 그만큼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무대이기도 합니다. 베일에 싸인 타지키스탄의 진짜 얼굴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편집자 주)
 
이슬람의 나라에서 피어난 불교의 기적
 
저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타지키스탄 사람입니다. 보통 한국분들에게 제 고향 타지키스탄을 소개하면 "이슬람 국가 아니냐"는 질문을 가장 먼저 받곤 합니다. 실제로 현재 제 조국 타지키스탄은 인구의 97% 이상이 무슬림인 나라가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주 특별한 반전이 있습니다. 바로 이슬람교가 전파되기 훨씬 이전,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위대한 역사를 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이 인류의 유산인 바미안 거대 석불을 잔인하게 폭파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제 고향 타지키스탄의 미술사학자들과 고고학자들은 그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탈레반이 불상을 부술 때, 우리 학자들은 땅속에 묻혀 있던 거대한 와불상, 즉 누워 있는 불상을 정성껏 복원해 내고 있었습니다. 종교적 다름을 넘어 인류의 소중한 유산을 지켜낸 나의 조국, 타지키스탄의 세계 최대 '점토 열반불' 이야기를 한국의 독자들과 불교 신자분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1600년 전 실크로드의 숨결을 간직한 부처님 
 
타지키스탄 두샨베 국립고고학박물관에 전시된 세계 최대 규모의 점토 열반불. (사진=타지키스탄 관광청)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에 있는 국립고고학박물관에 가시면 이 기적의 주인공을 직접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고대 불교 기념물이자 점토로 만든 열반불입니다. 서기 6세기에서 8세기 사이, 남부 타지키스탄 지역은 아무다리야강 양안에 걸쳐 있던 '토하리스탄' 정치 연합의 일부였습니다. 당시 이곳 주민들은 조로아스터교와 불교를 함께 믿으며 평화롭게 공존했습니다.
 
그 시절의 찬란함을 증명하듯, 약 1600년 전에 제작된 이 열반불은 길이가 무려 13~14미터에 달하고 무게는 5.5톤이 넘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합니다. 붉은 가사를 입고 오른쪽으로 누워 한 손은 다섯 개의 방석으로 된 베개 더미에, 다른 한 손은 허벅지에 얹은 전통적인 '잠자는 사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고대 인도의 불교 양식과 우리 선조들의 독창적인 지역 전통이 절묘하게 결합한 세계 문화의 걸작입니다.
 
92조각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다
 
이 부처님이 오늘날 자비로운 미소로 우리 앞에 서기까지는 눈물겨운 사투가 있었습니다. 1960년대 소련의 고고학자들이 아프가니스탄 국경 인근 들판의 '아지나 테파' 사원 유적지에서 이 거대한 불상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문제는 사원의 모든 조각상이 돌이 아닌 점토, 즉 흙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조금만 잘못 다루어도 부서져 버리는 5.5톤의 흙부처를 옮기기 위해, 고고학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불상을 92조각으로 정밀하게 잘라내어 간신히 수습해야 했습니다.
 
발굴 이후에도 타지키스탄의 오랜 자금 부족으로 인해 부처님은 무려 30년 동안이나 박물관 수장고 속에 세 부분으로 나뉜 채 쓸쓸히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독립 이후 반전이 찾아왔습니다. 타지키스탄 정부는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전문가들과 프랑스, 미국, 일본 정부의 지원과 연대가 모였습니다. 우리 학자들과 세계의 전문가들이 2년 동안 밤낮으로 매달린 끝에, 7세기 아랍 정복 당시에 훼손되었던 몸통을 완벽히 복원해 냈고, 마침내 독립 10주년이던 2000년 9월 온전한 모습으로 세상에 다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타지키스탄 아즈히나테파 유적에서 점토 열반불을 발굴하던 당시 모습. (사진=타지키스탄 관광청)
 
'무슬림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상생에 있습니다'
 
제가 타지키스탄 사람으로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이 유산을 대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입니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제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타지키스탄 인구의 절대다수가 무슬림이지만, 이슬람 이전 시대의 고대 종교 유물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보존하는 것은 다른 종교에 대한 깊은 관용과 존중을 보여주는 것이며, 무슬림의 진정한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포용과 존중 덕분에 오늘날 두샨베의 열반불상은 전 세계 불교 신자들이 꼭 찾고 싶어 하는 숨겨진 성지가 되었습니다. 매년 점점 더 많은 순례객이 찾아오고 있으며, 특히 중국, 일본과 더불어 한국의 불교 신자분들도 머나먼 중앙아시아의 이 박물관 홀을 끊임없이 찾아오고 계십니다.
 
한국의 불교 신자 여러분을 나의 조국으로 초대합니다.
 
한국인 순례객들은 1600년의 모진 풍파와 종교적 격변을 견디고 살아남은 부처님 앞에 엎드려 기도하고 꽃을 바치며 깊은 감동을 눈물로 쏟아내곤 합니다. 고향의 무슬림 주민들과 박물관 직원들은 기도를 올리는 한국인들을 절대 방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머나먼 땅에서 찾아와 준 귀한 손님으로 여겨 따뜻한 미소로 환대하고 그들의 신앙을 존중해 줍니다.
 
흔히 이슬람의 땅으로만 생각했던 타지키스탄에는 이처럼 자비로운 미소로 인류를 굽어보는 부처님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실크로드를 가로질러 전해졌던 옛 불교의 자취를 따라, 낯설지만 포용력 넘치는 나의 조국 타지키스탄 땅에서 세계 최대의 점토 열반불을 직접 친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한국의 불교 신자들과 역사 애호가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가장 특별하고 경이로운 성지순례의 여정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보보예프 루스탐존 타지키스탄 오리욘은행 한국지사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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