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코스피가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장중 5100선까지 밀리며 5000선 지지마저 위협받았습니다. 개인은 매수세를 보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로 8% 넘게 폭락,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99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3.00포인트(5.96%) 내린 5251.87에 장을 마쳤습니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19.50포인트(5.72%) 내린 5265.37에 출발해 낙폭을 키웠습니다. 지수는 장중 5100선까지 밀린 뒤 5096.16까지 떨어졌습니다. 개장 직후엔 지난 4일에 이어 3거래일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오전 10시31분52초엔 8% 넘게 폭락하면서 시장 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습니다. 서킷브레이커는 이달에만 두번째 발동됐으며, 코스피 시장에서 한 달 내 재발동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3월) 이후 처음입니다. 개인이 4조6243억원 순매수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조1789억원, 1조5387억원 순매도했습니다.
이 같은 하락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가 국제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밀어 올리면서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심리를 자극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증권가는 유가 급등이 기업 실적과 금리 기대에 미치는 영향에도 주목했습니다. 유가 상승으로 생산비용이 높아지고 소비 위축이 예상되면서 기업 실적 전망이 악화될 수 있으며, 저유가 기반 금리 인하 기대감도 약화돼 증시 상승 모멘텀이 훼손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날 키움증권은 이번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5150~5800으로 제시하며, 지난 3일 기준 주간 전망치 5850~6350 대비 하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특성상, 호르무즈 해협 봉쇄 속 유가 급등 부담은 제조업 중심의 석유 집약도가 높은 국내 증시에 대한 위험회피 심리를 부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에너지 시장 불안이 확대될 경우 정유 업종이 단기적으로 정제마진 강세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유가와 공식판매가격(OSP) 상승으로 비용 부담은 높아질 수 있지만 정제품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정제마진은 오히려 강세가 예상돼 국내 정유사에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 상승에 따른 대규모 재고평가이익까지 반영되며 올해 1분기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호실적을 누리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국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생산설비 조정 가능성 등 리스크도 함께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단기 관점에서 공급망 훼손 국면에 제품별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현재까지는 생산설비 가동률에 변화가 없는 국내 정유사들은 수익성 개선이라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겠다"면서도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은 공급 차질 장기화 변수, 생산설비 가동률 조정 가능성 등 리스크를 염두에 둘 시점"이라고 짚었습니다.
코스닥도 부진했습니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2.39포인트(4.54%) 하락한 1102.28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8.19포인트(5.04%) 내린 1096.48에 출발, 장중 코스닥150 선물이 급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외국인이 홀로 5441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5168억원, 497억원을 순매입했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1원 오른 1495.5원에 주간거래를 마쳤습니다. 환율은 전장보다 16.6원 오른 1493.0원으로 출발한 뒤 등락을 거듭하며 장중 한때 1499.2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주간거래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12일(장중 최고 1500.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한편, 이날 오전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중동 지역 상황과 관련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중동 리스크로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인다며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5.96% 하락한 5251.87에 마감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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