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납사 수급 차질…석화업계, 또 셧다운 위기
정유 설비 없는 석화기업 ‘직격탄’
국내 NCC 가동률, 80%→69%
2026-03-09 14:45:48 2026-03-09 14:55:29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이미 구조조정에 내몰렸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납사(나프타) 조달 마비로 연쇄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습니다. 납사 가격은 단기간에 급등한 반면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제품 가격은 제자리걸음을 하며 수익성 지표인 마진이 손익분기점을 크게 밑돌고 있어서입니다. 특히 자체 정유 설비가 없는 석유화학 기업들에 타격이 집중되며, 원료를 구하지 못한 일부 기업이 고객사에 제품 공급 지연을 통보하는 등 산업계 전반으로 셧다운 공포가 확산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국내 NCC가 위치한 여수산단. (사진=연합뉴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시설인 여천NCC는 최근 주요 고객사들에 제품 공급 이행 지연 및 조정을 통보하고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3월 도착 예정이던 중동산 납사 수입이 전면 중단된 데 따른 조치입니다. 한화솔루션(009830)과 DL케미칼이 공동 투자한 여천NCC는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3공장을 중단한 데 이어 현재 가동 중인 1공장과 2공장 가동률을 최소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납사는 석유 정제 시 140~180℃에서 분리되어 나오는 고분자 탄소화합물입니다.
 
가동 중단 위기는 석유화학 업계 전체로 번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 업체 ICIS는 지난 6일 국내 납사 분해 시설(NCC) 가동률이 지난달 80%에서 이달 69%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여천NCC는 90%에서 68%로, 대한유화(006650) 울산 공장 역시 80%에서 75% 수준으로 낮췄으며, GS칼텍스 여수 NCC도 83%에서 60% 안팎으로 가동률을 하향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롯데케미칼(011170) 대산 공장은 가동률을 80% 수준에서 70% 안팎으로 낮추고, 여수 공장은 4월 초로 예정된 정기 보수를 2주 앞당길 계획입니다. LG화학(051910) 대산 공장은 이번주부터 단계적으로 54%까지 낮출 예정이며, 여수 공장도 1공장과 3공장 가동률을 각각 64% 수준으로 조정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 설비를 갖춘 SK이노베이션(096770)이나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은 괜찮지만 없는 기업들은 마찬가지”라며 “여천NCC가 테이프를 끊었을 뿐 가동률을 낮추고 재고를 늘리며 대응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석유화학 업계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납사를 사들여 에틸렌 등 기초 소재를 생산합니다. 지난해부터 중국발 물량 공세에 밀려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며 사실상 공장 셧다운을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중동발 납사 공급마저 끊기는 또 다른 셧다운 위기를 맞게 된 셈입니다. 사태 발발 이후 납사 가격은 약 22% 폭등했지만, 글로벌 수요 침체로 최종 제품 가격 인상이 가로막히면서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손익분기점인 1톤당 250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50~8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러-우 전쟁보다 에너지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야기하고 있다”며 “재고 급감 및 패닉 바잉 등이 2주 이상 이어질 경우 글로벌 공장의 점진적인 가동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정부도 사태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산업통상부는 수입 납사의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54%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납사 수출 물량 국내 전환과 대체 공급망 확보 등 안정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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