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중동 상황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산업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여파를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금감원은 10일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3대 신용평가사 연구원들을 소집해 '중동상황 관련 산업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로 인한 위기가 고조되면 원유·천연가스 공급망에 충격을 주고 있고, 사태가 길어지면 국내 주요 산업의 경영환경 전반에 중대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 70%가 중동산인데, 중동산 원유의 90% 이상이 현재 봉쇄 조치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함에 따라 원자재 조달 안정성이 약화됐기 때문입니다.
산업별로 보면 석유화학은 이미 업황 부진이 장기간 이어진 가운데 원재료비 급등을 판매가에 충분히 전가하기 어려워 실적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됐습니다. 항공은 유류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영업비용 상당 부분을 달러로 집행하기 때문에 달러 강세로 재무 부담 가중이 예상됐습니다.
또한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 확산, 고환율이 지속할 가능성도 점쳐졌습니다.
금감원은 중동 상황이 장기화 국면으로 지속되면 '기업들의 실적 악화-신용등급 하락-조달금리 상승'이라는 악순환으로 유동성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대응 방안으로 취약 업종 내 주요 기업들의 상황을 주채권 은행을 통해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만기 연장을 독려하는 등 선제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곽범준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중동 상황에 따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위해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바 있습니다. TF는 △총괄반 △동향점검반 △대책추진반으로 구성되며 이세훈 수석부원장이 단장을 맡았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중동 상황이 장기화하면 국제유가 상승,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우려되므로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금융시장 안정에 감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TF 구성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금감원은 중동 상황이 안정화할 때까지 원내 비상대응체계를 24시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금감원 해외 사무소와 금융사 현지법인 간 핫라인을 가동하고, 중동에 진출한 금융사별 비상연락 체계와 해외 점포 비상대응 계획 등을 점검하겠다는 것입니다.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대비하기 위해 주식·채권·단기자금 시장과 외화자금 유출입 관련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모니터링을 통해 금융사별 외화자산·부채 포지션과 비상조달 계획 점검을 강화, 주식·채권시장의 일일 투자자 동향과 수급 상황 등을 점검합니다. 특히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악용한 허위사실 유포나 시세조정 등 자본시장 불공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금감원은 유가 상승에 영향을 크게 받는 취약 중소기업·서민의 애로 사항을 듣기 위해 '중소기업 금융애로 상담센터'라는 원내 창구도 마련했습니다.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는 정세 불안을 틈타 사이버 해킹 등을 유의하라는 안내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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