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년 남은 '관피아' 이병래 손보협회장 빈손 퇴장
2026-06-11 06:00:00 2026-06-11 06:00:00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의 임기가 반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숙원사업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지 못한 채 빈손으로 퇴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원회 출신의 거물급 관료 출신이지만, 손보업계의 핵심 숙원 과업 성취보다는 금융당국의 지침과 기조를 시장에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아쉬움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손해보험협회 간판과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사진=손해보험협회, ChatGPT 합성)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2월23일 제55대 손해보험협회장으로 선임된 이병래 손보협회장은 오는 12월22일로 3년간의 임기가 만료됩니다. 그는 대전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제32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와 미주리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1999년 금융감독위원회를 시작으로 비은행감독과장, 보험감독과장을 거쳐 금융위원회 보험과장, 금융정책과장, 대변인, 금융서비스국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역임했습니다. 이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뒤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외협력 부회장을 맡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24년에는 당면한 현안 과제 해결과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매진하며 △비급여·실손보험 정상화 △자동차보험 경영 정상화 △보험사 리스크 관리 제도 선진화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 안정적 정착 등을 핵심과제로 제시했습니다.
 
2025년에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보험금 누수 등 상시적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내실 강화 △혁신 성장 △신뢰 회복 등 3대 중점 과제를 전면에 내걸었습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26년에는 △리스크 대응 역량 제고 △성장 펀더멘털 확립 △신성장동력 확보 △소비자 중심 가치 확대 등 4가지 중점 과제를 발표하며 임기 마무리 스퍼트에 나선 바 있습니다.
 
말뿐인 누수 방지, 당국 거수기 전락
 
이 회장은 매년 신년사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구조적 보험금 누수 방지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지목했습니다. 이와 관련 △비중증 과잉 비급여 관리 강화 △경상환자 향후 치료비 제도 개선 △상급병실 및 첩약·약침 심사 기준 강화 등을 공언했으나, 손해율을 획기적으로 낮추거나 구조적 악순환을 끊어낼 만한 실질적인 제도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협회가 당국의 대변인 역할에 치중한다는 쓴소리도 흘러나왔습니다. 이 회장은 2026년 신년사에서 "5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연내 출시되어 안정적으로 정착되도록 금융당국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새로운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기본자본 규제 등 건전성 제도 도입과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안착 역시 "금융당국을 지원하고 추진하겠다"는 기조를 거듭 명시하면서, 관료 출신 협회장으로서 업계의 입장을 옹호하기보다 당국의 정책 수행과 지침을 충실히 따르는 데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아가 △부당 승환 계약 근절 △불건전 광고 점검 △판매 채널 모집 질서(수수료 체계 개선) 강화 등 금융당국이 꺼내든 규제안에 대해서도 손보업계 현실을 대변하지 못한 채, 당국의 압박 기조를 회원사에 고스란히 압박용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이 뒤따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규제 장벽에 막힌 신사업, 공약마저 '공수표'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신사업 부문 역시 번번이 규제 장벽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평가가 나옵니다. 이 회장은 헬스케어, 요양·돌봄 서비스 등 보험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계 신사업 진출을 위해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며 자회사 설립 및 부수 업무 확대 등을 추진했으나 금융위 출신이라는 이력 무색하게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 간의 정교한 정책 조율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규제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손보업계의 신성장동력 발굴은 정체 상태에 머물렀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신년사를 통해 화려하게 공언했던 구체적인 민생·금융 공약들도 대부분 이행되지 못하고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습니다. 이 회장은 2026년 신년사에서 보험 자본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자산운용 규제 개선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질적인 규제 완화를 이끌어내지 못해 업계 자본은 여전히 건전성 규제 틀에 묶여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 중심 가치를 외치며 호기롭게 약속했던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장착 의무화' 등 교통안전 제도 개선도 관계 부처와의 실질적인 법제화 조율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한 채 단순 캠페인성 구호에 그쳤습니다.
 
공약했던 '단순 민원의 협회 자체 처리 인프라 구축' 역시 금융감독원과의 권한 이양 및 업무 조율 지연으로 인해 임기 말인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을 위하겠다던 포용금융 확대 약속도 실효성 있는 맞춤형 정책 상품 개발 대신 기존 제도의 실적 보태기식 지원에 그쳐 진정성 면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관' 출신의 풍부한 네트워크와 정교한 조율 능력을 기대했던 현장의 목소리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모양새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출신도 아니시고 원래 정치 관료”라며 “사실 현업에서도 관심도가 떨어지고 발언들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실무진 입장에서 마주칠 일도 적기 때문에 협회장님의 발언이 업권에 특별한 여파를 주거나 정책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관료 출신 협회장이 규제 해소는커녕 당국의 압박 카드에 방패막이 역할조차 해주지 못하면서, 향후 금융권 협회장 인선 기류 역시 시장을 잘 알고 실질적인 이익을 사수할 수 있는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탄력을 받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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