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추진에 은행·보험 CEO 거취 불투명
2026-03-12 11:36:44 2026-03-12 11:36:44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당정이 농협중앙회의 계열사 경영 개입을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농협 개혁 방안을 추진하면서 농협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거취가 불투명해졌습니다. 현 경영진 상당수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측근인 만큼 개혁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정 "중앙회 인사 개입 차단"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 형태인 민간 금융지주사와 달리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이에 지주사 회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인사에 중앙회 영향력이 크게 작용해 왔습니다. 중앙회장이 새로 취임하면 지주와 계열사 경영진이 일괄 사의를 표하는 관행이 대표적입니다.
 
당정이 중앙회의 계열사 경영 개입을 문제 삼고 있는 만큼 농협중앙회장 측근으로 분류된 인물들이 임기를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입니다. 민주당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1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농협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개혁안에는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을 분산하고 중앙회의 계열사 경영 개입을 차단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특히 중앙회장의 금융지주 및 자회사 인사 개입을 제한하는 원칙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당정은 이달 중 구체적인 개혁안을 마련한 뒤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농협 조직 전반의 권한 구조를 손보는 작업이 본격화할 경우 금융 계열사 인사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 농협금융 주요 계열사 CEO들은 강 회장 체제에서 발탁된 인물들입니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과 송춘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 박병희 NH농협생명 대표 등 핵심 금융 계열사 CEO 모두 경남 합천 출신인 강 회장과 동향이라는 접점이 있습니다. 
 
특히 송춘수 대표와 김장섭 NH저축은행 대표는 전임 이성희 회장 시절 퇴직했다가 강 회장 취임 이후 다시 복귀한 인물입니다. 이들은 2023년 각각 농협손보와 농협생명의 부사장을 끝으로 농협을 떠난 바 있습니다. 
 
'강호동 라인' 사장단 변화 불가피 
 
현재 주요 계열사 대표들의 임기는 대부분 올해 말까지입니다. 통상 농협금융 계열사 CEO 인사는 연말 정기 인사를 통해 결정되지만, 이번 개혁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인사 시기나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최근 NH투자증권의 차기 대표 인선이 지배구조 논의와 맞물려 미뤄지고 있는 점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NH투자증권은 차기 대표 선임을 보류하고 향후 이사회에서 단독대표 또는 공동대표 등 경영 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 2024년 3월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을 두고 이석준 전 농협금융 회장이 강 회장과 갈등을 빚은 바 있습니다. 농협중앙회는 강 회장의 측근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 차기 대표로 추천했지만,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독립성'을 내세우며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결국 이석준 전 회장이 선택한 윤병운 당시 NH투자증권 IB사업부 부사장이 대표로 선임됐습니다. 당시 외견상으론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사이 갈등이 봉합된 듯 보였지만 금융당국의 공개 지적과 여론이 집중되자 중앙회가 한 발 물러선 것일 뿐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이를 계기로 당시 금융감독원은 같은 해 5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했는데요. 금감원의 농협 지배구조 개선은 미완으로 끝났습니다. 당시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농업 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인물이 농협을 운영하는 게 맞다"며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금감원에서도 경영승계 과정에서 지배구조법상 절차적 문제 중심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물러섰습니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특수성 인정" 농협 방치한 금감원
 
농협금융은 지난 2012년 '신경분리(신용·경제 사업 분리)' 이후 중앙회으로부터 분리돼 금융지주사로 출범했고, 산하 금융 계열사에 대한 독립적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대주주가 인사·경영 등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은 금융지주사법 45조의4 '주요 출자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위반에 해당합니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계열사 CEO 인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배경에는 비상임이사가 있습니다. 농협금융 및 계열사 CEO를 선임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는 중앙회 출신의 박흥식 비상임이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는 박 이사를 통해 금융계열사 CEO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강 회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병화 사외이사는 농협금융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과거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과 인연을 키워드로 강 회장과 김 사외이사는 같은 라인으로 묶여집니다. 
 
당정의 농협 개혁과 별개로 농협중앙회는 자체적으로 농협개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혁위는 중앙회장 권한 축소에 초점을 맞추고 선거제도 개선과 인사 공정성 제고, 책임경영 강화, 내부통제 강화 등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앙회장 라인의 금융 계열 인사 등에 대한 조처가 부족할 경우 형식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개혁위가 오는 24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앞으로 단계별 실행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당정이 농협중앙회의 자회사 경영 개입을 차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농협금융 계열 CEO 인사에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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