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대전환)①(단독)기초상담부터 저축까지…'국민기초금융보장법' 법제화 시동
취약차주 126만명 시대…서민금융, 상품 지원 넘어 권리 보장으로
민병덕, 8월 발의 목표…상담부터 저축까지 금융안전망 법제화
출연금 일몰 앞두고 재원·전달체계 개편 논의 본격화
2026-06-10 14:58:08 2026-06-10 15:28:06
고금리와 경기 둔화 속에서 취약계층의 금융 위기는 대출과 연체, 의료비 부담이 맞물린 생활 위기로 번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기준 지난해 3분기 말 취약차주는 약 126만명, 잠재 취약차주는 약 350만명이며 취약 자영업자도 41만8000명에 달했습니다. 서민금융진흥원의 햇살론도 지난해 3조6987억원, 44만6875건이 공급돼 정책서민금융 수요가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에 서민금융도 개별 상품 지원을 넘어 권리 기반 금융 안전망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모두의 성장'을 금융 영역에서 구현하기 위해 정책금융이 집중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서민금융이 권리 기반 금융 안전망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이를 뒷받침할 법·재원·전달 체계의 과제를 짚어봅니다.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금융 취약계층의 최소 금융 안전망을 제도화하는 '국민기초금융보장법(가칭)'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안에는 기초상담, 기초채무조정, 기초보험, 기초대출, 기초저축을 단계적으로 연계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입니다. 8월 발의를 목표로 논의가 진행되면서 포용금융 정책의 무게중심이 개별 상품 지원에서 권리 기반 금융 안전망으로 옮겨 갈지 주목됩니다.
 
상담·채무조정·보험·저축까지…금융기본권으로 묶는 새 안전망 
 
1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법안은 금융 취약계층이 신용점수나 소득 부족을 이유로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최소한의 금융 접근권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존 서민금융 정책이 햇살론, 미소금융, 채무조정 등 개별 제도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국민기초금융보장법은 상담과 채무조정, 보험, 대출, 저축을 단계적으로 연결하는 최소 금융 안전망을 법률로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민병덕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기초금융보장법은 현재 발의를 준비 중인 단계로, 구체적인 조문은 아직 성안 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민기초금융보장법의 골자는 취약계층의 금융 문제를 일회성 대출 지원이나 사후 채무조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금융기본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금융 접근권과 생존권, 재기권, 자립권을 포괄하는 안전망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점입니다. 금융 취약계층이 위기 상황에서 고금리 대출이나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제도권 안에서 상담과 채무조정, 위험 보장, 자금 지원, 자산 형성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는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 등이 제기해 온 '금융 기본권' 논의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김은경 원장은 "헌법 전문은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국가 공동체의 과제로 제시하고 있고, 헌법 제10조도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며 "금융 기본권은 단순한 금융상품 지원이 아니라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한 국가와 공동체의 책무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목숨을 살리는 금융, 누구의 삶도 포기하지 않는 복지 체계가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문제의식도 금융 기본권 논의와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안의 핵심은 취약계층의 생애 흐름에 맞춘 기본금융 연계 모델입니다. 먼저 기초상담을 통해 금융 취약계층의 소득, 부채, 신용 상태, 상환 능력 등을 진단하고, 필요한 경우 기초채무조정으로 상환 부담을 조정합니다. 이후 공공 실손보험 성격의 기초보험을 통해 기본적인 생존 리스크를 낮추고, 성실 상환을 전제로 기초대출과 기초저축으로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구조입니다.
 
국민기초금융보장법은 이 같은 제도를 각각의 상품으로 흩어놓지 않고 하나의 금융안전망으로 묶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책서민금융은 햇살론, 미소금융, 채무조정 등 제도별로 운영돼 왔습니다. 그러나 취약계층 입장에서는 대출, 연체, 의료비, 신용 회복, 저축이 따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 위기 안에서 맞물리는 문제입니다. 이는 금융 취약계층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최소한의 금융서비스를 보장받아야 할 권리 주체로 보는 접근입니다.
 
제도 설계 과정에서는 대상 범위와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가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기초보험은 신용점수 하위 50%까지 대상을 넓히는 방안이 거론되고, 기초대출과 기초저축은 신용점수 하위 20~30% 또는 성실 상환자를 중심으로 논의될 수 있습니다. 지원 대상을 넓히면 포용성은 커지지만 재원 부담도 늘어나는 만큼, 상환 능력 심사와 사후관리, 금융교육과 재무상담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원 마련도 법안의 성패를 좌우할 변수입니다. 기본금융이 권리 기반 제도로 설계되려면 한시적 예산이나 일회성 출연금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출과 보험, 저축, 채무조정 지원이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려면 안정적인 기금 구조와 금융권의 역할 분담이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은행뿐 아니라 신용대출을 크게 늘린 금융투자업권과 가상자산 업계까지 출연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기본권은 지금 취약계층에 놓인 사람뿐 아니라 누구나 취약계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금융은 원래 자금이 필요한 이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부동산 등 담보가 있는 사람에게만 돈이 흘러가는 구조가 강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해당 법안은 취약계층의 기본적인 금융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와 함께, 금융이 본래 해야 할 기회 제공 기능을 되살린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안 넘어 현장 작동으로…재원·전달체계 개편 과제
 
3월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영위기 소상공인·서민취약계층 선제적·복합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인태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한성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원영준 신용보증재단중앙회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사진=뉴시스)
 
이와 관련해 서민금융안정기금 신설을 담은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해당 법안은 서금원이 운영 중인 서민금융보증계정과 자활지원계정을 별도 기금으로 통합 관리해 안정적인 재원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특히 서민금융보증계정의 핵심 재원인 금융회사 출연금 납부 의무 규정이 10월8일 효력을 잃는 만큼, 재원 공백을 막기 위한 입법 처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국민기초금융보장법이 재원 체계까지 담는 방향으로 준비되면서 서민금융안정기금 신설 논의의 입법 경로도 조정될 수 있습니다. 새 법안이 기초상담과 채무조정, 보험, 대출, 저축의 법적 근거뿐 아니라 기금 설치 내용까지 포괄할 경우, 금융회사 출연금 일몰에 따른 재원 공백 문제도 국민기초금융보장법 안에서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입법 논의가 구체화하면 전달 체계 개편 문제도 뒤따를 전망입니다. 기초상담부터 저축까지 이어지는 기본금융 모델이 각각 따로 운영될 경우 기존 정책상품을 추가하는 데 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금융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서금원과 신복위 등 관련 기관 간 기능 연계와 공동 상담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후속 과제로 거론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파산·회생 분야를 주로 다뤄온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현재 서민금융 제도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음에도 분절화돼 있어 실제 이용자가 찾아가기 어렵다"며 "제도가 있어도 접근하기 어렵고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면, 상담과 지원을 하나의 원스톱 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신용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제도권 금융 접근이 막히고, 신용거래 기회가 없으니 다시 점수를 올리기도 어렵다"며 "해당 법은 제도권 금융 밖에 놓인 이들에게 금융이라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영국 등 해외의 금융 포용성 강화 흐름과도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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