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한강버스 리베이트 의혹을 경찰 수사 대신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로 처리한 결정이 오세훈 서울시장 비서실장을 거쳐 내려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재용 전 서울시 감사위원장은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비서실장으로부터 공익감사 청구를 우선적으로 하자라고 해서 그것을 전달받고 감사원 감사 청구를 했다"고 답했습니다. 송광남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장경태 무소속 의원 질의에 "시장님께 보고한 적은 없고 그걸 정무적으로 어떻게 판단할지 내부 회의를 계속했다"고 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당 의혹은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지난해 9월9일 오 시장에게 대면으로 진행한 현안사항 보고에서 시작됐습니다. 보고에는 한강버스 선박 건조업체인 가덕중공업 사업비 가운데 약 15억원이 목적 외로 쓰인 의심이 있고, 이 중 3억2000만원은 커미션 명목으로 지급됐다는 진술이 담겼습니다. 감사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경찰 수사 의뢰와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두 가지 방안을 올렸습니다.
결론은 감사위원회가 아닌 비서실에서 나왔습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조사 담당자가 보고 당일 "감사 청구하라, 수사 의뢰 준비하라"는 지시를 업무일지에 적었고, 이후 작성된 수사 의뢰서가 비서실장에게까지 전달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송 비서실장도 “9월9일 회의 이후에 카톡으로 두 가지 문서가 왔었다”고 답했습니다. 서울시는 결국 수사 의뢰서를 경찰에 내지 않고, 지난해 10월2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습니다.
민주당이 문제 삼는 건 서울시가 수사 의뢰가 아닌 공익감사 청구를 택한 점입니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같은 강제수사로 돈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공익감사 청구는 자체 감사로 처리하기 어려운 이유를 감사원에 소명해야 받아들여집니다. 민주당은 서울시가 자체 감사기구인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는 만큼 청구가 처음부터 각하될 가능성이 컸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서울시의 청구는 당일 각하됐습니다. 감사원은 지난 15일 청구서에 리베이트 언급이 "전혀 없었다"며, 청구 사항 대부분이 이미 드러난 사안이어서 서울시 자체 감사기구가 처리할 수 있다고 보고 각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는 그 뒤 1년 넘게 수사를 의뢰하지 않다가, 지난 15일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추궁을 받은 다음 날인 16일에야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과정을 집중 추궁했습니다.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감사원이 서울시의 특정 사안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를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며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리 의혹을 알고도 덮어 버린 사건"이라고 했습니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생뚱맞게 감사원 감사청구를 왜 하느냐. 최소한 수사 의뢰를 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 시장은 "당시에 저희들이 파악한 것은 3억2000만원의 금액이 중개수수료로 갔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민주당은) 리베이트가 SH공사 직원에게 갔다는 단서를 갖고 있느냐. 의심 뿐이지 않느냐"며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감사원 청구 이유로는 "감사원은 계좌추적권이 있다"고 했지만, 장경태 의원은 "감사원은 임의제출 방식으로 받는 것"이라며 "계좌 추적 그런 권한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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