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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FTA'가 고발하는 정부의 '장밋빛' FTA 효과
2012-05-16 06:00:00 2012-05-16 06:0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10년간 일자리가 35만개가 생기고, 가격인하 등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후생효과는 321억9000만달러에 달하며, 국내총생산(GDP)은 장기적으로 5.66% 상승할 것이다"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이 발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경제효과 전망치다.
 
16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로 올해 우리나라의 대(對)미 무역수지 흑자는 연평균 1억4000만달러, 대(對)세계 무역수지 흑자는 연평균 27억7000만달러 확대될 전망이다. 그야말로 화려한 '장밋빛'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하는 FTA 효과만 믿고 있다간 경제전망 자체가 흐트러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발효된 다른 FTA에 대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의 경제효과 전망치가 실제 FTA 성과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와 관세청에 따르면 한-칠레 FTA 체결 이후 무역수지는 지난 8년간 연속으로 113억9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 동안 정부가 주장해 온 한-칠레 FTA의 경제효과와는 차이가 크다.
 
정부와 정부의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칠레와의 FTA협상을 추진하던 지난 2000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칠레 FTA가 발효될 경우 대 칠레 수출은 6억6000만달러, 수입은 2억6000만 달러가 증가해 연간 4억달러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GDP는 0.01% 증가하고, 한국 소비자의 후생은 연간 9억6000만 달러나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재 정부가 칠레와의 교역에서 얻고 있는 것은 무역수지 '적자'라는 성적표다.
 
최근 발효된 한-미 FTA나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한-중 FTA와 같이 당시에도 칠레와의 FTA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농업부문의 피해였다.
 
당시 정부는 수입과일에서 국내 경쟁력이 더 높고, 칠레산 포도의 경우 품종이 다르고, 국내 생산시기와 엇갈려 피해가 최소화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FTA발효 첫 해인 2004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한 칠레산 포도수입량은 2010년 전체 수입포도의 88%를 차지했고, 국내 포도생산은 0.4% 감소했다. 포도가격도 내려가지 않았다.
 
정부가 예견했던 칠레시장의 선점효과도 시간이 갈수록 떨어졌다. 우리뿐만 아니라 경쟁국들이 칠레와 FTA를 체결하면서 칠레시장에서의 한국산 제품 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0년 한국무역협회가 내 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칠레 수입시장에서의 한국산 점유율은 FTA발효 이전 2.98%에서 FTA발효 이후 꾸준히 상승, 2007년 최고치인 7.23%까지 올랐지만, 이후 2009년에는 5.62%까지 떨어졌다.
 
중국과 칠레(2006년 10월), 일본과 칠레(2007년 9월) 등 경쟁국들이 칠레와 FTA를 잇달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점유율 하락현상은 전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인 FTA가 체결되는 최근 글로벌 경쟁체계에서 다른 국가들과의 FTA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박주선 통합민주당 의원은 "FTA효과에 대한 정부의 장밋빛 전망은 거짓말이 됐다"며 "지나친 대외의존도와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경제현실에서 무조건적인 개방은 성장동력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한-중 FTA 추진과정에서도 여전히 화려한 경제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한-중 FTA가 체결되면 10년 이내에 실질GDP가 최고 3.04% 증가하고, 33만명의 신규고용 창출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과거 한-칠레 FTA의 경우 정부나 주요 기관들이 발간했던 홍보자료들을 보면 수출은 증가하고 농어업피해는 적다는 식의 긍정적 평가일색이었다. 보다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특히 농업부문의 경우 검역문제 등까지 고려해서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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