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분석)'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그가 꿈꾸는 나라는?
좌절한 '원칙과 상식'을 넘어 '정의와 공평'으로
2012-06-17 16:51:37 2012-06-17 17:01:14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 자신을 일컬어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칭했다.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과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은 선후에 따라 그 어감이 다르다. 나이는 비록 자신보다 적었지만 그만큼 노 전 대통령이 신뢰하고 의지했던 사람이라는 걸 부각시키기 위한 표현이기도 했다.
 
그런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고인이 미처 이루지 못한 미완의 꿈을 담은 출사표를 내놨다.
 
◇'원칙과 상식'에서 '정의와 공평'으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정의와 공평'을 나라의 근간으로 세우겠다는 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은 '원칙과 상식'을 내세워 권력기관과 대기업 등에 대해 국가권력의 자의적인 개입을 최소화했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폐해에 따른 것으로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정치철학이었다.
 
하지만 당정분리, 검찰에 대한 불개입, 행정부에 대한 권위주의적 통치 배제, 기업에 대한 간섭 최소화 등은 사회 곳곳에 부작용을 남겼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검찰권에 대한 불개입은 역설적으로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력을 검찰에 안겨준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법 집행에 있어서 금과옥조라고 할 수 있는 '공평성'이 훼손당했다는 지적이 수없이 일어났고, 현 정부 들어서 검찰의 법 집행은 사실상 공평성에 관한 한 시민들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행정부의 자율성을 보장한 참여정부의 방식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약탈을 사실상 방관하는 결과를 가져와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 대한 언급은 국가권력의 제자리 찾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문 고문은 이날 출사표에서 "이명박 정권은 입으로는 공정사회를 부르짖었지만 실제로는 측근세력들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공공성을 파괴했고, 토건세력과 재벌집단, 그리고 최상위 계층에게 이익을 과도하게 몰아줌으로써 공정이라는 말 자체를 냉소거리로 만들고 말았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는 결국 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최대한 발동시키되, 불공정하고 불공평하다는 불신을 받고 있는 국가권력이 정의롭고 공평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시민의 신뢰를 얻겠다는 의지가 깔렸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천명한 것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약자가 억울하게 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은 향후 집권할 경우 강력한 재벌개혁을 짐작케한다.
 
여기에 더 해 "노사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며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되고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유성기업 사태에서 경험한 바 있듯이 기업측의 일방적인 해고와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에 대한 국가권력의 편향적인 탄압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문 고문은 이러한 토대 위에서 노동정책, 교육정책, 보육정책, 기업정책 등을 펼쳐나갈 것임을 선언했다.
 
결국 '정의와 공평'을 나라의 근간으로 세우겠다는 문 고문의 천명은 참여정부가 내세웠던 '원칙과 상식'이 무력하게 무너졌던 반성을 토대로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경제성장과 안보정책은 참여정부 계승
 
참여정부를 온전히 계승하는 부분은 경제정책과 외교안보정책이다.
 
문 고문은 진보진영이 다소 소홀하게 다루고 있는 '경제성장' 부분을 비중있게 언급하고 있다. 이는 참여정부의 '지속가능 성장론', '동반성장론'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명칭은 '포용적 성장'이다.
 
분배와 재분배를 강화하여 중산층과 서민들의 유효수요와 구매력을 확대함으로써,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차원에서 유효수요를 늘리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고, 생활임금 개념을 도입해 최소한의 소비가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복지를 투자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은 '사회투자국가론'을 내세웠던 참여정부와 일맥상통한다.
 
외교안보 분야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는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동북아균형자론'을 주창한 바 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노 전 대통령은 군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해군력과 공군력을 강화하는 등 국군 현대화를 추진한 바 있다.
 
자주국방력을 강화해 단계적인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한 것이나, 제주에 대양해군을 향한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도 이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이같은 기조는 문 고문의 출마선언에도 묻어나고 있다.
 
문 고문은 "모든 대외정책의 출발은 튼튼한 국방력"이라고 전제한 뒤 "대한민국 군을 강하고 유능한 군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건강하고 바람직한 관계로 발전시키겠다"며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도 호혜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의 외교안보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는 현 정부와의 차별성이기도 하다.
 
문 고문은 "이명박 정부가 파탄에 빠뜨린 안보를 바로 세우겠다"며 "새누리당 정권 아래서 분쟁과 대결로 얼룩졌던 휴전선과 NLL 일대를 평화경제 지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특권층의 군대 안가기를 철저하게 막는 한편 젊은이들의 병역 부담을 줄여나가겠다"고 강조한 부분은 '정의와 공평'이라는 원칙을 국방 부분에 관철시킨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은 이제 고인이 되었다. 17일 발표한 문 고문의 출사표는 이제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되어 고인의 공과를 떠안고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