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기업소송 결산)②유산·특허소송 등 민사분쟁 규모 커져
2012-12-28 11:21:05 2012-12-28 11:22:53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다사다난(多事多難). 올해 우리나라 기업들, 특히 총수들에게 더 없이 어울리는 말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횡령·배임 등 기업형비리로 검찰에 소환됐는가 하면 기소된 뒤에는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충격을 줬다. 민사나 행정사건도 끊이질 않았다. 특히 삼성이나 태광 등 대기업 형제들의 상속재산을 가운데 둔 법정분쟁도 종전에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여기에 삼성과 애플 LG 등의 특허소송은 점차 규모가 커지고 국제화 되고 있다. 파란만장했던 2012년 주요 기업들의 송사(訟事)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주]
 
 
올 한해는 민사분쟁에 휘말린 기업을 법정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의 특허분쟁, 4조원대 천문학적인 금액이 청구된 국내 최대그룹 삼성가(家) 형제간 유산분쟁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금융권에선 내년부터 본격화될 근저당 설정비 반환소송을 앞두고 긴장감마저 감돈다. 법원 판결에 따라 불어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4년째 법정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키코(KIKO·통화옵션계약) 분쟁', 기업 해킹사고로 인한 이용자들의 손해배상 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28일 서울중앙지법·고법에 따르면 삼성가 유산소송은 내년 1월 말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으며, 근저당 설정비 반환소송·키코관련 집단소송은 1·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근 해킹 정보유출 피해와 관련해 GS(078930)칼텍스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하급심에 계류 중인 유사 기업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기의 소송' 삼성家 유산소송 내년 1월 선고
 
거액의 유산을 둘러싼 형제·자매간 치열한 법정다툼으로 국내에서는 물론 외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던 삼성가 형제간 유산 상속소송은 내년 1월 23일 선고된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둘째 이숙희씨, 차남 창희씨의 며느리 최선희씨 등이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3건의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은 지난 7개월간 어느 소송보다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맹희씨 측은 "뒤늦게라도 밝혀진 상속재산을 이제라도 정당한 권리자인 다른 상속인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건희 회장 측은 "이 회장이 지난 25년간 일궈낸
삼성그룹의 발전성과를 가로채려는 정의에 반하는 소송"이라고 맞서왔기 때문이다.
 
개인간 유산소송에선 쉽사리 접할 수 없는 법리공방도 거셌다. 맹희씨 등이 선대회장의 유산이라며 이 회장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한 차명주식이 상속재산인지 여부, 상속회복청구권이 존속하는 제척기간이 경과했는지 여부가 이번 소송의 주요 잼정으로 다뤄졌다.
 
양측 대리인단 면면도 화제를 모았다. 맹희씨 측은 국내 6대 로펌인 화우라는 단일군이 대리한 반면, 이 회장측은 태평양과 세종, 원의 대형-중형로펌 연합군을 구성했다.
 
형제·자매간 기업 유산소송 다툼 탓에 태광(023160)그룹도 민사법정에 서게 됐다.
 
최근 태광그룹 창업주 고(故) 이임용 회장의 둘째 딸인 이재훈씨가 동생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상대로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선대회장이 남긴 차명주식을 검찰의 비자금 수사·재판과정을 통해 뒤늦게 알았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태광그룹의 유산소송 공방은 내년 초에나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특허소송 : 삼성-애플
 
삼성과 애플간 특허소송에서 국내법원은 사실상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은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낸 특허소송에서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또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도 "삼성전자가 애플의 '바운스백' 기술 특허 1건을 침해했다"고 선고했다.
 
이는 국내에서 진행중인 3건의 특허소송 중 첫 판단으로, 이대로 확정될 경우 애플은 국내에서 아이폰 4, 아이패드 1·2를, 삼성전자는 갤럭시S2 등의 판매가 금지되게 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법무법인 '광장'과 '율촌', 애플은 '김앤장' 등을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워 1년간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여왔다. 양사는 현재 미국, 유럽 등 총 10개 국가에서 30여건의 특허권 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각국의 특허침해 인정 여부는 상이한 면이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애플이 미국 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내자 같은 달 21일 국내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냈으며, 애플도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자사의 아이폰의 조작기능과 디자인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6월 22일 맞소송을 냈다.
 
또 지난 3월 삼성은 애플을 상대로 '화면 분할에 따른 검색종류 표시방법, 가로·세로 회전 상태에 따른 사용자인터페이스(UI) 표시방법, 단문메시지(SMS)와 사진 표시방법 등 특허를 침해했다'며 추가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삼성-애플간 항소심은 법관 인사인동이 이뤄진 이후인 내년 3월쯤 시작될 예정이다.
 
◇'근저당 설정비' 반환소송 내년초 본격화
 
주택 담보대출시 은행 대출자들이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 반환 책임을 둘러싼 집단소송의 결과가 하나둘씩 나오면서 금융권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규모 집단소송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법에만 20여개의 유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 11월 28일 인천지법 부천지원과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은 이번 소송에서 '대출거래 약관의 불공정성' 여부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려 향후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그동안 고객들은 "불공정한 약관"이라며 은행을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을 냈고, 은행은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았으니 약관 자체가 무효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은 '관련 약관은 고객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출 관련 부대비용 중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고객이 부담하게 하고 있어 고객에게 불리한 불공정한 약관조항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면 서울지법은 관련 약관은 약관조항 자체에 의해 인지세 및 근저당권설정 비용을 고객에게 무조건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섭을 통해 선택권을 부여한다고 봤다.
 
따라서 근저당권 비용설정 계약은 '개별약정'에 해당하는데, 이 약정이 사회질서에 반하거나 불공정한 법률행위라는 요건을 갖추지 않아 무효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근저당 설정비 반환' 집단 소송은 내년 상반기쯤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선 내년 1월 16일 17일에 두 건의 판결이 선고된 뒤, 1월 말부터 하나은행, 외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에 대한 집단소송의 변론기일이 집중적으로 열린다.
 
근저당권 설정비란 담보대출 때 발생하는 부대비용으로 등록세, 교육세, 등기신청 수수료, 법무사 수수료 등을 일컫는다. 통상 1억원을 대출받을 때 70만원 안팎이 발생한다.
 
◇4년째 법정공방 '키코소송'
 
'키코(KIKO)' 계약으로 기업이 입은 피해의 책임을 둘러싼 은행과 계약 중소기업간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이 벌써 4년째 지루한 법정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키코 상품은 환율이 약정한 일정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약정한 환율로 달러를 팔아 이익을 낼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그러나 환율이 약정범위를 넘어 급등하게 되면 기업이 비싼 값에 달러를 사서 은행에 싸게 팔아야 해 기업이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은 키코에 가입했다가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손실을 본 기업들이 11개 은행을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앞서 검찰은 은행이 많은 이익을 챙기는 구조로 키코 상품을 설계했는지, 상품 위험성을 일부러 숨겼는지 여부를 수사해왔지만, '사기 사건이 아니다'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키코소송 진행경과 (2012년 11월 22일 기준), (단위:개*),(자료=키코 공대위)
 
이후 '키코소송'은 피해기업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집단 민사소송으로 번졌다.
 
하지만 피해기업들 218개사가 은행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 소송에서 판결이 난 203개사 중 10~50%의 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40여개사 외에는 1심에서 패소했다.
 
이 가운데 지난 8월 '키코 계약'으로 기업이 입은 손해에 대해 은행이 70%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최승록)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은, 이에 힘입어 피해 중소기업의 추가소송이 제기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까지 갖게 했다.
 
그동안 파생상품인 키코 소송과 관련해 10~30% 안팎의 일부 승소는 있었지만, 60∼70% 수준의 사실상 승소는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거래경험이 은행 측 설명의무의 경감사유가 될수 없다는 게 해당 판결의 취지다.
 
현재 키코 사건은 1심 4건, 항소심 93건, 대법원에서 29건의 사건이 심리 중인 상태다.
 
피해기업들은 대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 결과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확정판결은 없는 상태로 올해가 마무리되면서 키코소송은 또 다시 내년으로 이어지게 됐다.
 
◇해킹 '개인정보 유출' 기업상대 손배소송
 
인터넷 이용자가 점차 확대되면서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피해도 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원은 대체적으로 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네이트·싸이월드 회원 유능종 변호사에게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대구지법 김천지원 구미시법원의 지난 4월 SK커뮤니케이션즈 판결이 첫 원고일부승소 판결이다.
 
반면 지난 11월 서울중앙지법은 감모씨 등 피해자 2847명이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입었다"며 SK컴즈 등을 상대로 낸 유사소송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SK컴즈가 개인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국내 공개용 알집프로그램을 사용한 것과 해킹 사건으로 인한 손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다. 또 "SK컴즈는 해킹 사고 당시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정에서 정한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를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주가 기술·관리적 보호조치를 소홀히 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근 대법원도 'GS칼텍스 회원정보 유출사건'과 관련, 회원들이 GS칼텍스와 회원정보를 관리하는 GS넥스테이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판결을 확정했다.
 
명의도용, 추가 개인정보 유출 등 후속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 위자료를 배상할 만한 정신적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최종 판단이다.
 
KT개인정보 유출 사건 피해자들도 법적 손해배상 판단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9월 법무법인 평강 최득신 변호사 등 해킹 피해자 2만4000명은 KT를 상대로 각 5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또 노경희 변호사도 해킹 피해자 100여명을 모아 같은 취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노 변호사 등은 추가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KT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소송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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