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증세' 언급, 재정정책 숨통 트이나
2013-09-17 15:34:29 2013-09-17 15:38:09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대표와의 3자회담에서 증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재정정책 당국자들이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그동안 이른바 '증세 없는 재원 마련'이라는 선언적인 공약의 틀 안에서 재정정책을 수립하다보니 세제개편이나 예산안 편성 등에서 정책 운신의 폭이 좁았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감면 축소로 복지재원을 마련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공감대 하에 증세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세에 앞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감면 축소라는 원칙을 우선 적용하되, 증세의 여지도 열어둔 발언이다.
 
재정정책을 지휘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임을 강조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적지 않음을 시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17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라는 전제를 달고, 원론적인 입장을 얘기하신것이지만 아무래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수립에 여지가 많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론적인 표현일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을 정비한 후에 그래도 재원이 부족하다면 증세를 검토하는 것이 조세형평에도 맞고 경제활성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살을 붙였다.
 
정부 재정정책의 여지를 넓히는 발언은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나왔다.
 
새누리당은 같은 날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한 당정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4%로 예상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의 대폭적인 손질을 주문했다.
 
지난해 2013년도 예산안 편성당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로 부풀려진 탓에 연초 성장률을 2.3%까지 떨어뜨린 후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등 과도한 긍정전망이 재정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현재 국세수입은 전년대비 10조원이 부족한 상황이고, 정부는 연말에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7조~8조원의 세수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은 "올해 예산의 경우 경제성장률을 과도하게 높이 잡아서 세수결손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있어 내년에도 같은 우를 범하지 않도록 보수적으로 예산을 짜도록 정부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외형상 새누리당이 정부의 과도한 긍정전망을 질타하는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부가 정치권의 압박때문에 마지못해 성장전망치를 끌어내릴 수 있도록 여지를 준 셈이 됐다.
 
현오석 부총리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하는게 좋지 않겠냐. 좀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지만, (새누리당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정부를 도와주는 거라고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11년 예산편성 때 우리 경제성장률을 5%로 전제했지만, 실제로는 3.7% 성장하는데 그쳤고, 2012년도는 4.5% 성장을 전제로 예산이 편성됐지만, 2% 성장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해마다 성장전망이 부풀려지면서 세출보다 세입이 줄어드는 재정난이 계속됐고, 결국 올초 사상 초유의 세입경정 중심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이와 관련 이한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성장으로 재원을 메우겠다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국가재정 상황을 국민에세 공개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증세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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