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승부조작·횡령..'사면초가' 유도계
입력 : 2015-06-26 17:50:11 수정 : 2015-06-26 17:50:11
◇남종현 제35대 대한유도회 회장이 2013년 5월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Newsis
  
대한민국 유도가 술렁이고 있다. 회장의 폭행과 임원의 비리가 비슷한 시기에 겹치며 최악의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자정으로 해결될 시간은 이미 지났고 이제 법적인 영역에 진입했다.
 
남종현(71) 대한유도회장은 25일 대리인을 통해 '일신상의 이유'라고 적힌 사직서를 냈다. 하지만 사직을 택한 실제 이유는 단순한 일신상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19일 강원도 철원군에서 진행된 '2015 전국실업유도최강전' 첫날 경기 후 열린 만찬 자리에서 산하단체인 중고연맹 회장 이모(62) 씨를 향해 맥주컵을 던져 중상을 입힌 점이 언론에 보도되며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자리를 물러난 것이다.
 
대한유도회 감사를 함께 맡고 있는 이 회장은 그 동안 대한유도회 정관 개정에 대해 남 회장과 의견이 대립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가 파벌주의 차단과 예방을 위해서 경기단체 임원 구성 시 특정 학교 연고자의 비율을 제한하도록 정관을 개정했고, 이 회장은 체육회의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유도회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 회장은 '절대 개정 불가'로 대립했다.
 
만찬 자리에서 이 문제가 또 거론됐고, 남 회장은 건배 제의를 하러 나온 이 회장에게 '다른 놈들은 다 충성 맹세를 했는데, 넌 왜 안해... 무릎 꿇어."라고 밀했다. 이 회장이 이를 거부하자 남 회장은 결국 '충성 맹세'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맥주잔을 던졌다.
 
남 회장의 폭행으로 이 회장은 치아 한 개가 부러짐과 동시에 인중 부위가 심각하게 찢어져 철원 길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뒤 서울 아산병원에 긴급 후송돼 10바늘에 해당되는 봉합수술을 받았다. 현재 이 회장은 자택이 있는 포항의 병원에 옮겨 입원한 상태다.
 
남 회장이 사직했다고 사건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 20일 이 회장이 춘천경찰서에 남 회장을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회장에 이어 임원도 문제였다. 24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불거진 유도계 비리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안병근(53) 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 교수를 횡령, 배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고, 같은 학과 조인철(39) 교수도 횡령과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 문모(66)씨와 전국 11개 시·도 체육회, 유도회 관계자 등 38명도 검거했다.
 
안 교수는 2009∼2014년 소속 학교에서 나온 제자들의 훈련비를 가로채고 법인카드로 소위 '카드깡'을 실행하거나 사용한 돈을 고의로 부풀려 결제해 돈을 챙겼고,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는 특정 선수를 '고의로 지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2012~2014년 제주도유도회 총무이사 김모씨 등으로부터 1억 1000만원을 받고 전국체전에서 제주도 소속으로 뛸 자격이 없는 용인대 선수 18명을 도 대표로 대신 출전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자체와 대학·선수의 이해관계가 맞으며 광범위한 '선수 사고팔기'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지자체는 체육예산 확보와 지역 홍보를 위해 전국체전의 좋은 성적을 내길 원했고, 선수는 어떻게든 입상하면 경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2008년 9월9일 저녁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유도선수단 환영연'에서 안병근 남자부 감독(왼쪽)이 김정행 베이징올림픽선수단장으로부터 포상금을 받고 있다. ⓒNewsis
 
조 교수는 학과장이던 2012년 지자체에서 받은 후원금과 선수 장학금, 학교 공금 등 8000만원을 횡령해 주식 투자금과 유흥비 등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 교수가 '산삼 10뿌리를 샀고 국가대표 선수가 복용했다'며 심마니에게 받았다는 산삼 구매 영수증을 제시했지만,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심마니를 매수해 산삼구매 영수증 위조를 지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유도 팬들은 안 교수가 포함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분위기이다. 
 
안 교수는 1984년 LA 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땄고 2008년 중국 베이징올림픽 당시 대표팀 감독을 맡은 유도계 스타 출신이다. 안 교수와 함께 경찰에 입건된 조 교수도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 교수로, 지난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열렬히 응원한 선수였던 만큼 배신감은 물론 공분 또한 크다.
 
이밖에 문모 심판위원장은 지난 2013년 전국체전 유도 남자 대학부 73㎏ 이하 결승전에서 특정 선수를 이기게 하려고 종료 7초 전 상대 선수의 정상 공격을 '위장 공격'이라며 주심에게 '지도' 벌칙을 내리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사건이 잇따르며 유도계는 어수선하다.
 
내년 치러지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필요한 세계랭킹포인트 경쟁이 곧 진행될 국제대회 성적으로 이뤄지는 중에 내부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력 투구하기에 어려운 입장이 됐다. 
 
몽골 그랑프리, 러시아 그랜드슬램, 아시아오픈 대만 대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유도인은 "회장부터 임원까지 각종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되며 한국 유도계의 위상 추락이 우려된다"면서 "전 유도인이 뼈를 깎는 자성으로 실추된 위상을 재정립시키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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