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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스토리)인공지능이 바꾸는 세상…일자리 경쟁 시작됐다
인공지능 적용 전산업으로 확장…사회 안전망 확충해 노동자 보호해야
2016-03-14 11:45:44 2016-03-14 11:45:52
인간처럼 사고하고 감지하고 행동하도록 설계된 일련의 알고리즘 체계. 인공지능(AI)이 일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60년 전인 지난 1956년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처음 탄생한 이후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며 두어차례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하드웨어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새로운 중흥기를 맞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공지능이 30년 안에 인간과 같은 수준의 능력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영화나 소설 등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결국 인간을 지배하고 말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상상이 지배적이었다. 이세돌 9단이 구글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초반 잇따라 패하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확산됐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모든 산업 영역에 걸쳐서 전기나 인터넷과 같은 인프라로 활용되면서 우리 삶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4차 대국 모습. 사진/뉴시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오는 2017년 전세계 인공지능 시장 규모를 1650억달러로 전망했다. 맥킨지는 2025년이면 인공지능이 전세계에서 6조7000억달러 규모의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으며 IBM은 2025년 2000조원 시장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금융·의료 등 전방위적 산업변화 시작
 
인공지능으로 인한 산업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금융과 자동차, 의료 등의 부문에서 특히 활발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분야에서 인공지능 투자 알고리즘인 로보어드바이저는 이미 익숙하다. 시장조사업체 프레킨(Preqin)에 따르면 지난해 컴퓨터 알고리즘을 메인 수단으로 사용한 헤지펀드는 전체의 40%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수익률도 인간을 능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인간이 (알고리즘의) 수학적 모델을 만들고 시장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했다면 딥러닝의 출현 이후로는 기계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시장상황에 맞게 모델을 변화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은 대출 신청자의 신용등급을 판단하고 개인금융비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있다. 
 
의료분야에서는 웨어러블 기기와 이미지인식 기술 등이 인공지능에 더해지며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IBM은 인공지능 왓슨을 활용해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함께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웨어러블 등 각종 센서를 통해 생활습관과 유전자 데이터 등을 분석해 개인별 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하고 SNS를 통해 전문가의 조언도 얻을 수 있다. 영상의학 분석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는데 IBM은 의료기관과 협력해 왓슨으로 치료법을 추천하고 보험료 지급심사 등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이 인공지능 활용에 나서고 있다. 
 
미래의 자동차로 그려지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도 인공지능의 산물이다. 구글은 이미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자동차의 도로용 시험면허를 취득해 100만㎞ 이상을 주행했다. 2017년에는 무인자동차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우디와 벤츠, 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잇따라 도로주행에 나서며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가 "2025년에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초기에는 안전에 대한 우려, 국가별 수용도 차이 등으로 시장 형성에 시간이 다소 소용되겠지만 2035년에는 연간 생산량이 1억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조업의 변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단순작업등을 자동화된 기기가 대체했다면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통해 기계설비의 고도화가 이뤄지며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인간과 닮은 휴머노이드형 노동 로봇을 통해 공장 자체를 스마트화하는 '스마트 팩토리'가 일반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과 미국 등이 이같은 인더스트리4.0을 이끌고 있으며 중국도 인구 고령화와 노동인구의 공장 근무 기피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스마트 팩토리를 범 국가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서울의 한 백화점 선글라스 매장에서 사람 팔 형태의 로봇이 선글라스를 추천해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같은 산업 변화를 이끄는 것은 지능형 로봇의 발전이다. 지능형로봇은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로 기존 로봇들이 한계를 보이던 복잡한 활동도 수행할 수 있다. 세계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전 세계 지능형 로봇 생산액은 지난 2003년 44억달러에서 2011년 127억달러로 연평균 14%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아직까지는 제조업 로봇이 전체 생산액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서비스용 로봇이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연평균 38.6%의 성장세를 보인 군사나 의료, 보안 등에 사용되는 전문서비스용 로봇 시장이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자리 절반 로봇과 경쟁…사회안전망 필요
 
인공지능이 다양한 산업에 확산되면서 인공지능과의 일자리 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올 초 열린 연차총회에서 로봇과 인공지능 등의 발달로 인해 연간 200만개의 일자리가 생기는 대신 700만개가 사라져 결국 50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신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나오는 속도보다 사라지는 속도가 훨씬 빠른 것이다. 특히 컴퓨터가 일을 대신하는 사무·행정직에서 47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옥스퍼드대는 현재 존재하는 일자리의 절반이 2033년이면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로봇에 대체해온 일은 반복적이거나 매뉴얼화된 일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나머지 일자리도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인공지능과의 경쟁에 맞닥뜨린 일자리 대부분이 경제 기반인 중산층을 먹여살려온 일이라는 데 있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앞서 WEF에서 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중산층이 몰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백악관은 최근 미 의회에 보낸 보고서를 통해 시간당 20달러 이하를 버는 일자리의 83%가 결국 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간당 40달러 이하를 버는 일자리의 경우 31%가 로봇의 몫이 될 전망이다. 시급 20~40달러는 주당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월 3200~6400달러를 버는 중간 일자리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의 격차도 더 벌어질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WB)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전체 일자리의 77%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하다. 태국은 72%, 에티오피아는 85%에 달한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이보다 낮은 57%고 미국은 47%, 영국은 35%에 불과하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는 공포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인공지능형 로봇이 소매판매점에 적용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이유로 사람이 로봇을 구타하고 파손시키는 사례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세계은행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침투하지 못하는 일자리를 만들고 직업교육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마주보고 해야 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힘들다. 세계은행은 청소나 미용서비스 등을 이 영역에 속하는 일로 봤다. 또 창의력이나 사회적 상호작용 등을 필요로 하는 전문화된 일 또한 사람의 영역으로 남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 가장 중요해질 전망이다. 
 
로봇고용 시대에 사회 안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인구 절반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되면 기존에 가졌던 '직업=소득'이라는 등식을 깨고 새로운 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선구자로 꼽히는 크리스 엘리아스미스 신경과학이론센터 대표와 구글 딥러닝 프로젝트를 만든 앤드류 응 바이두 최고과학자 등은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엘리아스미스는 "이미 인공지능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더 많은 나라들이 핀란드식의 기본소득을 따라가야 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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