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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컷오프 파문, '공천 파동' 수준 비화될 위기
이해찬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강행…'박영선 주도설' 확산되며 논란 가열
문재인은 '침묵'으로 메시지…정당 지지도는 계속 떨어져
2016-03-15 17:04:24 2016-03-16 08:43:25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지는 가운데 핵심 지지층의 반발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지금의 혼란이 ‘공천 파동’ 수준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의원은 15일 더민주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의원은 “공당의 결정은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저에 대한 공천배제 발표는 이유와 근거가 없다”며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영혼 같은 더민주를 잠시 떠난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에 대해서도 지지층을 중심으로 무소속 출마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해찬, 정청래 등은 무소속으로 나와도 될 것 같다. 더민주는 해당 지역구에 쓸데없이 여당에게 어부지리를 주는 공천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날 재심 신청이 기각되며 더민주 소속으로는 총선 출마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정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나는 어떻게 해야하냐’는 글을 남기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정호준 의원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 최근에야 편입된 성동구에서 여론조사가 나쁘다는 이유로 제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말이 안되는 억지”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같은 사태의 원인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영선 비상대책위원 배후설’을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유 전 장관은 14일 공개된 팟캐스트 방송 ‘노유진의 정치카페 - 더민주는 붕괴 중’ 편에서 “박영선 의원 사무실은 문전성시다. 비례대표는 물론 지역구 공천을 받고 싶은 사람들이 다 여기 줄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박 의원이 실세 중의 실세가 되었고 공관위나 비대위는 다 거수기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박 의원과 이철희(전략기획본부장), 여론조사 전문가 김헌태 공관위원이 이너서클이 되어 모든 공천 데이터 수집 등을 좌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실세설'은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다. 지난 13일 최재성 의원이 “공천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박 의원을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더민주가 시작했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의 중단을 이끈 것도 박 의원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돌았었다.
 
지난 14일 청년비례대표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도 박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청년비례대표 최종후보로 남은 4명 중 최유진 뉴파티위원회 위원을 밀기 위해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김빈(김현빈) 빈컴퍼니 대표를 탈락시켰다는 것이다. 향후 발표할 비례대표 명단도 공천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더민주는 지난 11일 당규 제13호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규정’을 개정해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 및 확정 방법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다면 지지층 이탈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4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민주 지지율은 9일 31.6%에서 이틀 후인 11일 26.1%로 5.5%포인트나 폭락했다.(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0일 정청래 의원 등의 컷오프 결정으로 이틀 만에 지지율이 대폭 내려간 상황에서 이해찬 의원 탈당과 당내 혼란이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민심 이반은 더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전문가는 “한두 표씩 모아올 수 있는 야권의 핵심 지지층이 공천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적극 움직이지 않게 되면 수도권 지역구당 최대 2000표씩 잃을 수 있다”며 “국민의당이 잠식한 표도 있는 마당에 2000표를 잃으면 선거에서 진다”고 설명했다.
 
관심은 문재인 전 대표가 언제까지 침묵을 이어갈 것인지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1일 강원도 홍천에서 조일현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후 경남 양산 자택으로 돌아가 칩거하고 있다. 문 전 대표의 침묵 그 자체가 공천에 불만이 있다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선거가 한달도 안 남았고 공천 과정을 돌이킬 수도 없는 마당에 그가 나설 여지는 거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해찬 의원이 15일 세종시 내 한 카페에서 열린 지역주민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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