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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실효성 의심
불법행위 면죄부 전락 우려…"지자체 분쟁조정 기능 강화해야"
2016-04-10 11:00:00 2016-04-10 11:00:00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정부가 외부회계감사 기간 변경과 입주자대표회의 감사 및 관리사무소장 역할 강화 등을 통해 공동주택관리 제도의 전문성과 투명성, 효율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강제성만 강조하고, 회계법인의 편의성만 높여줬을 뿐, 실효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도가 불법 행위에 대한 면죄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0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을 앞두고 오는 11일부터 40일 동안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김종학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장은 "공동주택관리 제도의 전문적, 체계적, 효율적 발전을 위해 마련된 법안"이라며 "공동주택관리 제도의 전문성과 투명성, 효율성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매년 1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시행되던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 제도 기간이 올해부터 회계연도 종료일부터 7개월 이내로 변경된다.
 
결산서와 장부, 증빙서류 등으로 규정된 외부회계감사 대상은 재무상태표, 운영성과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주석 등으로 명확히 했다. 회계처리기준과 회계감사기준 제정 근거를 마련했다.
 
관리업무 투명화와 전문화를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감사 및 관리사무소장 역할도 강화키로 했다. 관리비리 근절을 위해 '1인 이상'이던 감사 인원을 '2인 이상'으로 늘렸고, 입주자 대표회의 상정 안건에 대한 관리사무소장의 사전검토를 의무화 하고, 매월 지출현황을 입주자 등에게 개별통지 하도록 했다.
 
하지만 회계감사의 실효성 확보에는 다소 한계가 있을 거란 지적이다.
 
공동주택관리업계 관계자는 "위탁사나 입주자대표회의 변경, 선거 등이 겹치면 2~3달은 그냥 지나가는데 7개월로 한정하는 것은 다소 시간이 촉박할 수 있다"며 "입주민이나 관리주체 등의 입장이 아니라 회계감사 주체들의 편의를 봐준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제도 시행 초기 일부 규정들이 명확하게 확정되기는 했지만 보다 깊이 있는 감사가 이뤄지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지적도 있다. 회계 장부 위주의 감시를 할 경우 오히려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병선 전국아파트연합회 사무총장은 "회계사들은 장부상 이상이 없으면 특별한 하자가 없다고 결론 짓는 등 형식적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불법을 저지르는 입장에서는 숫자만 잘 맞추면 오히려 떳떳하게 나서서 회계감사를 받겠다고 큰소리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 할 것이다. 합법적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장부 맞추기 보다는 사업목적이 정당했는지, 또는 정말 쓰여야 할 곳에 쓰였는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외부회계감사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의 관리·감독과 분쟁 발생시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공동주택관리 비리를 근절하는데 효율적일 수 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각 지자체에 마련된 분쟁조정위원회 등이 있지만 선출직 공무원 입장에서는 누구 편을 표를 의식해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못하고 외면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외부회계감사 의무화도 중요하지만 기존 기능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고, 공정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동대표나 관리사무소도 보다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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