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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고속도로 5천km 시대)①72조원 대규모 재원 투입…경제성장 견인차 역할
전 국토의 78%, 모든 국민의 96%가 30분 내 고속도로 접근 가능
전국 아우르는 고속도로망 구축으로 물류·건설업계 수혜 기대
2016-09-01 14:05:01 2016-09-01 14:05:22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2020년이면 국내 고속도로 5000km 시대가 열린다. 국민의 96%가 30분 내에 고속도로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통행권이 필요 없는 스마트톨링이 전면 도입되고,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된다. 또 기존 도로의 확장·신설, 갓길차로제 확대 등을 통해 간선도로의 혼잡구간이 41%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방방곡곡이 연결되는 고속도로망이 구축되면 물류산업의 획기적인 발전과 더불어 관광산업도 호재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규모 도로공사 발주로 그동안 정부 인프라 분야 예산 축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건설업계의 일감 확보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2035년까지 도시부 도로까지 완전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공지능 기반의 교통관리를 수행하는 인공지능 도로 건설에 나선다. 풍력, 압전, 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도로를 만들고, 무선충전 차로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 및 지자체 의견수렴, 도로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도로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1차 국가도로종합계획'을 확정했다. [편집자주]
 
2020년 국내 고속도로 5000km 시대 개막을 위해 국고 37조원과 한국도로공사, 민자 유치금액 등 총 72조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올해 정부 SOC 분야 예산 23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3년치 SOC 예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갈수록 SOC 분야 예산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업계로서는 새로운 먹거리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아울러 전국을 하나로 묶는 고속도로망이 구축되면 정부가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물류산업과 관광산업의 획기적인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확정된 '제1차 국가도로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까지 고속도로 5000km를 구축해 전 국토의 78%, 모든 국민의 96%가 30분 내에 고속도로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앞으로 서울~세종, 평택~부여~익산 고속도로 등 주요 간선망을 착공하고 부산순환, 대구순환 등 전국 대도시권 순환도로도 완공 또는 착공할 예정이다. 일반국도는 단구간 연결, 소규모 사업을 발굴해 효율을 높이고, 선형개량을 통해 안전성도 개선한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도로 건설에 48조8000억원, 도로별로는 고속도로에 30조6000억원, 국도에 13조7000억원, 지원 도로에 4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이와 함께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고, 도로부지 복합개발 등을 통해 도로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도로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민간·지자체·국제 협력도 강화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고와 민간자본 등 72조원에 달하는 적지 않은 재원이 투자되는 만큼 완공 위주 투자 등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용하고,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생활밀착형 사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을 아우르는 5000km의 고속도로망이 구축되면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물류 산업이다.
 
국내 도로는 1985년부터 2015년까지 30년간 2배 넘게 증가했다. 이중 고속도로 비중은 1985년 전체 도로의 2.7%에서 2015년 3.9%로 44.4% 상승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국제 항공 및 해운수송비를 제외한 국가물류비는 2013년 기준 145조8120억원으로 2006년 100조5150억원에 비해 45.0% 증가했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국가 주요 산업의 발달과 함께 온라인 쇼핑몰의 급격한 성장으로 육상 교통을 이용한 물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전체 국내 화물수송량의 90% 이상은 도로를 통해 운송된다.
 
반면 같은 기간 도로 건설도 함께 증가하면서 단위수송비(원/ton-km)는 2006년 588원에서 2013년 587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자료/한국교통연구원
 
특히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택배시장도 고속도로망 확충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통합물류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택배시장은 2009년 2조7200억원에서 2014년 3조9800억원으로 4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물동량은 10억8000만개에서 16억2000만개로 50.0% 늘었다.
 
여기에 국토부가 12년 만에 화물차 규제를 완화하면서 택배시장이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국토부는 택배 배송 차량으로 주로 사용되는 1.5톤 화물차 수급조절제를 폐지하고 용달·개별화물 차량교체 시 제한도 완화하는 내용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택배업체의 1만3000대 차량이 택배차량으로 정식 등록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속도로 확대 사업은 물류산업과 함께 건설업계의 일감 확보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총 72조원에 달하는 사업비의 대부분이 고속도로 건설과 유지·보수·관리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그동안 침체돼 있던 토목업계로서는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해외 토목 발주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국내에서도 정부 발주 SOC 사업 예산이 줄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던 토목업체들에게 새로운 장이 열리는 셈이다.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2015~2019)을 보면 국내 SOC 예산은 2015년 24조8000억원에서 2019년 18조7000억원으로 연평균 6.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SOC를 포함한 총 12개 분야 예산 중 감소세가 가장 큰 것이다. 국내 인프라 수준이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SOC 투자 효율성이 낮다는 판단 하에 점차 SOC 예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토목 전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저유가 장기화로 해외 수주가 어려워지고 SOC 예산 감소로 국내 일감도 동시에 줄면서 많은 기술 인력들이 장사가 잘 되는 주택 분야로 빠져나갔다"며 "이번 국토부 발표로 토목업체들의 기대감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고속도로의 경우 지역 토목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많아 대형 토목회사 외에 중견·중소 업체들까지 폭넓게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여름 휴가철을 맞아 피서객과 휴일 나들이를 떠나는 차량들이 경기 성남 분당구 궁내동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를 빠져나가며 서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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