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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상처받고 약한 이들 위한 연민 담았다”
2017-04-06 08:00:00 2017-04-06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올해는 제가 소설을 쓴지 서른 해가 됩니다. 그동안 30여권의 소설과 에세이를 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작품들을 관통했던 주제는 상처받은 것들, 약한 것들, 어린 것들에 대한 지지와 연민이었습니다.”
 
공지영 작가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2004년 ‘별들의 들판’ 이후 13년 만에 단편소설집을 낸 그는 이번 소설들 역시 ‘약자’들에 관한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개인적인 일들로 상처를 겪는 사람들을 치유해 주고 싶었습니다.”
 
소설집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문예지를 통해 발표한 5편의 단편과 후기 형식의 짧은 산문 1편으로 구성돼 있다. 그 중 표제작인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2001년 문학사상에 발표했던 작품이다. 의사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은 ‘강남빌딩 부자’ 할머니가 가족들의 생명을 대가로 삶을 연장해나간다는 기괴한 이야기다. 가족들은 곁에서 수발을 들며 그의 재력을 탐내지만 하나 둘씩 차례로 죽어간다.
 
작가는 “신자유주의가 도입되던 1990년대 말쯤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섭취하던 현상을 심각하게 쳐다봤다”며 “소설은 단순히 한 노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사회 기득권층이 약자를 말살해 가며 화석화된 생명을 어떻게 유지해가는가에 관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함께 실린 ‘부활 무렵’은 플롯 측면에서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와 대척점을 이룬다. 농사에 집중하다 땅과 재산을 잃는 아버지, 그로 인해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는 순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처절하게 노력해도 ‘을’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 시대 약자들의 표상이다.
 
“18년 동안 제 가사일을 도와줬던 아주머니의 경험담에 의지해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순례는 ‘갑’의 위치에 있는 할머니와 달리 자신의 것을 점점 잃어가는 영원한 ‘을’의 상태에 놓이는 인물이죠.”
 
최장 17여년 전에 쓰여진 소설은 최근 대통령 탄핵, 세월호 참사 등에서 엿볼 수 있는 ‘갑을 관계’ 등 정치적 세태도 우연히 반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작가는 “인간을 오래 들여다보는 직업 특성상 본의 아니게 예언가적 역할을 하게 된다”며 “현실 속엔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들어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 “한편으로는 최근의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상처받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것이 문학의 기능이라 생각했다”며 “올해 안에 악인을 다루는 장편소설을 낼 계획인데 현재 실제적인 악들이 너무 창궐해 있어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라고도 말했다.
 
공지영 작가가 지난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해냄출판사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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