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토마토칼럼)은행-증권 결합 '약' 되려면
2017-04-10 08:00:00 2017-04-10 08:00:00
결혼은 인생의 중대사다. 책임이 따르는 것이기에 심적 부담감이 붙는다. 유지는 더 어렵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자라온 습관을 버리고 다시 상대방의 문화에 맞춰 살지 않고는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 모든 것을 거는 것은 도박일 수 있다. 기쁨일 수도 있지만 고통이 되기도 해서다. 잘하면 약이지만 잘못된 결혼은 서로에게 독약일 수가 있다. 가볍게 즉흥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인 거다.
 
금융업권에도 중대한 변화 흐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름해 은증(銀證) 연계 시너지다. 은행과 증권사가 협업을 통해 연계상품과 복합점포를 여는 등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자는 것을 말한다. 연계영업의 성과에 따라 은행과 증권이 한 건물에서 공동으로 영업하는 복합금융점포는 물론이고 은행에 증권 직원이 상주하거나 증권에 은행 직원이 들어오는 구조의 결합시도가 한창이다. 신한금융지주, KB금융그룹에 이어 하나금융지주도 은행과 증권 기업금융(IB) 부문의 물리적 통합 중이다. 은행과 증권 결합 없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주장 끝에 추진에 사력을 다한 결과다.
 
최근 KB금융이 발표한 은행과 증권 간 시너지 효과는 그 성과물이기도 하다. KB금융은 지난달 말 은행에서 증권으로 소개영업한 자산이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소개영업이란 은행이 소개한 고객이 증권 영업점을 방문해 계좌를 만들고 주식·채권·주가연계증권(ELS)·펀드 등 증권 상품에 가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증권점포 소개영업 실적인 9246억원을 단 3개월 만에 초과 달성한 것이다. 은행·증권의 협업 체계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유효했다는 게 KB금융의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은행과 증권의 고유한 체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따로 작동하면서 머지 않아 흔들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계를 없애면 장기 차원에서 제 밥그릇을 뺏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주된 이유다. "곧 곪아 터질 것"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는 과거 한 금융지주사의 은증연계 실패 사례를 들며 자칫 다시 비극의 주인공이 될 것을 우려한다. 
 
일견 이해는 된다. 유전자(DNA) 자체가 다른 두 산업을 편집하는 문제는 매우 고차원적인 차원의 일일 것이다. 일률적인 통합보다는 경계를 둬 산업의 특성을 따로 보완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궁금하다. 대신할 방안은 있는지. 은증 결합에 나선 금융지주사들도 이런 상황을 모르고 출발한 게 아니다. 협업모델을 받아들인 한 증권사 사장 또한 물리적 결합은 했지만 화학적 결합은 앞으로의 숙제이기도 하다고 공개석상에서 밝힌 바 있다. 
 
세상에 완벽한 결혼은 없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만큼 시너지 기회인 것은 맞다. 최근 금융당국이 계열사간 정보공유 규제를 완화해준 만큼 당장 은행과 자산운용사간 시너지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금융당국은 지난 2014년 카드사태 이후 그룹 내 고객 정보 공유제한으로 복합금융상품 개발과 동일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막아왔다. 그러나 고객정보 공유가 다시 허용됨으로써 금융지주사의 본질적인 경쟁력인 고객정보 공유를 통한 자회사간 시너지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좌고우면할 시기는 지난 만큼 이제는 개선 방안을 고민할 때다. 상황을 호전시키려는 노력부터 수반하자는 얘기다. 
 
차현정 프라임부 기자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