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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번 대선의 화두는 '적폐청산'이다
2017-04-12 06:00:00 2017-04-12 09:33:49
적폐청산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그런데 적폐청산이 언론을 통해 회자되도록 처음 언급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였다. 2014년 4월 29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합동 분향소를 다녀온 뒤 개최한 국무회의에서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안이한 초동대응으로 인명피해를 '극대화'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는데 국민 여러분께도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며 사과하는 과정에서 적폐청산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과거로부터 겹겹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를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한스럽다"며 "집권 초에 이런 부처 이기주의 및 칸막이 행정 등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노력을 더 강화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말인즉 옳은 말이었고 지적한 적폐 또한 수십 년 이어져 온 현실이다. 그런데 말뿐이었다는 게 문제다. 사과는 진심이 아니었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적폐의 주역이자 상징이 청산을 언급하니 형용모순일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도 여전히 국정은 최순실의 것이었고, 실제 그들이 청산하려 노력한 것은 ‘블랙리스트’로 진상이 드러났다. 내편 네편을 명확히 가르고 비판세력은 무조건 적으로 규정해서 돈과 권력으로 제압하려 했던 것이다.
 
촛불시민은 그러한 작태를 용납할 수 없었고, 결국 대통령을 끌어내려 구속시켰다. 그래서 당면한 시대정신은 다시 ‘진정한 적폐청산’이 되었다. 민주화를 이루었다면서도 여전히 뿌리 뽑지 못한 그것, 9년간의 퇴행 속에서 다시 강고해져가는 악습과 구태가 모일대로 모인 그것. 권력에 굴종하고 아부하는 것이 곧 이익이 되는 반민주적 작태가 오히려 삶의 지혜가 되는 시대는 이제 정말 끝내야 한다는 게 주권자의 명령인 것이다.
 
청산해야 할 적폐보다 여왕의 불행에만 분노하는 이들은 아스팔트의 추억을 되새기며 버려진 이름의 정당을 다시 주워 담았고, “박근혜 정부 4년 동안이 DJ 노무현 10년 보다 더 힘들었다”며 그를 머릿속에서 지워야 할 때라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 이름을 버린 집권당의 대선 후보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그 박근혜의 절대적 지지층이었던 극우세력은 박정희 찬양을 외치는 그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대안을 찾아 떠돌고 있다. 심지어 과거 그토록 미워하던 안철수에게 의탁하려 한다는 움직임까지 이어진다니 정말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러니 새시대의 주역으로 새정치를 자임했던 사람은 촛불집회에 나가지 않은 사실을 일부러 언급하고, 누구와 손잡고 40석에 불과한 소수정파의 한계를 극복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가히 천하쟁패의 순간에서 2등은 당장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니 당연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수밖에 없다. 당내 경선에서도 지지자 간에 날선 공방을 벌여 마음 상하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 타당 후보에 대한 모욕과 폄하는 당연하고 뻔한 일이 되고 있다.
 
선거판이 지닌 속성이라지만 지나침은 나라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어떻게든 정권교체가 필연적인 상황이라면 교체 후 적폐청산을 어떻게 준비할지가 더욱 중요하다. 일정대로라면 5. 10. 오전 중앙선관위의 당선자 결정과 동시에 대통령이 되지만 혈혈단신일 뿐, 한 달 여의 기간 동안 자신의 내각이 없이 국정을 수행해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하물며 주권자가 염원하는 적폐청산의 발목을 잡는 세력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대충해선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청산의 대상이 될 이들이야 자신의 이득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사람들이니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도 뻔한 일이고.
 
새로운 정권은 무엇보다 사익의 추구를 제어하고 공공의 선을 이루는 정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공권력을 활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쌓아둔 적폐가 너무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게 어렵다. 홍익인간이라는 말에서 보듯 과거에도 정치의 이상은 공익이었다. 하지만 정치의 주체가 달라졌다.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우리의 대리인을 우리가 똑바로 뽑아내야 한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해서 누군가 조율해 주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조율해야 한다. 무언가에 휩쓸려 투표하는 것이야 말로 민주주의를 해치는 일이다. 그렇게 존중과 대화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를 조정하고 합의해 가야 한다. 과연 그 바탕을 방해하는 이가 누구고, 든든히 할 지도자가 누구일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한다. 나라에 쌓인 적폐는 그냥 두기엔 너무도 크고 넓게 널려있기 때문이다.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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