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오피니언)아람코 IPO와 외국기업 상장유치
2017-04-18 08:00:00 2017-04-18 08:00:00
원유의존형 경제의 대표적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저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다 못한 사우디 정부가 칼을 들고 나섰다. 재정 확보는 물론 유가에 취약한 경제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전 2030’ 경제개발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전망인데 사우디 정부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 지분을 매각하여 투자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최소 2조달러(약 20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금액은 글로벌 최상위 기업인 애플이나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 시가총액의 2-3배 수준에 해당되는 규모로 역대 최대의 기업공개가 확실한 가운데 아람코 유치를 위해 각국 거래소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현재 미국과 영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 등이 아람코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기업 유치로 자국 증권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금융허브로서의 국제적 지위를 확보할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거래소가 풍부한 유동성과 세계 최대 금융플랫폼이라는 점을 들어 유치를 자신하는 가운데, 런던거래소와 동경거래소는 총리까지 직접 나서며 자국으로의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외국기업 상장유치 역사는 2007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멀티미디어 기기업체인 ’3노드디지털‘ 상장으로 국내 증시에 첫 선을 보인 외국기업은 금년 3월말 현재 총 23사가 상장되어 있다.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 역사는 그동안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총 9개 기업이 상장폐지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감사의견 거절 또는 횡령 등으로 퇴출된 경우도 있었고, 낮은 주가에 대한 불만으로 자진 상장폐지를 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중국 섬유업체 고섬이 분식회계로 퇴출되는 사건의 여파는 매우 컸다. 이로 말미암아 차이나 디스카운트, 외국기업 저평가 현상 등에 따른 수요부진 등이 확산되면서 해외기업의 국내 상장이 한동안 냉각기를 거쳤다. 다행히 거래소와 기업공개(IPO) 관계기관의 노력으로 작년 총 10개사가 상장되며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이 재개됐고 올해도 10개사 이상이 상장돼 외국기업 상장이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많은 거래소들이 우량 외국기업의 상장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은 이로 인한 장점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자본시장 측면에서 우량기업이나 성장 유망기업의 상장유치는 거래의 국제화와 더불어 자본시장의 선진화내지 국제화의 완성을 의미한다. 투자자 측면에서는 우량 외국기업에 직접 투자하여 기업성장의 혜택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기회가 제공된다. 마지막으로 IPO관련 기관의 글로벌 역량 강화와 수익 다변화에 도움이 된다.
 
최근 궤도에 오른 외국기업 상장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코스닥시장은 증권사, 벤처캐피탈, 회계법인, 법무법인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동설명회를 개최하고 개별기업 컨설팅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또한 상장 외국기업의 국적 다변화를 위해 기존 유치대상지역뿐만 아니라 유치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로 활동영역을 확대 중이다. 특히 전 세계 각지에서 활동 중인 한상·한인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거래소간 해외기업 유치를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 때 외국기업 유치의 모범사례였던 일본 동경거래소의 몰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1년 상장 외국기업수가 127개사에 달했던 동경거래소는 금년 2월말 현재 상장 외국기업수는 총 6개사에 불과하다. 한때 일본 경제의 호황과 주가상승을 기반으로 1980년대 후반 급증세를 보였던 외국기업 상장은 일본경제의 성장 둔화에 따른 투자매력도 감소, 동경거래소의 국제화 노력 퇴조 등으로 외국기업 이탈이 가속화됐다. 그리고 이 시기는 일본 증권시장의 침체기와도 상당부분 겹친다.
 
이를 거울삼아 코스닥시장은 외국기업 유치를 코스닥시장 투자매력도의 중요한 척도로 삼고 있다. 현재 타 거래소 대비 코스닥시장의 장점인 바이오·IT 첨단업종의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 풍부한 유동성, 합리적인 상장절차와 비용우위 측면을 지속적으로 유지·개선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머지 않은 장래에 코스닥시장이 미국의 나스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높은 인지도와 투자 매력도를 갖춰 많은 기업들이 찾아와 둥지를 트는 거래소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희망해 본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