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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드는 일 다시는 없기를"…조기대선 이끈 '광화문 광장'
궂은 날씨에도 시민들 오전부터 집결…"탄핵·구속"함성, 환호로 바뀌어
2017-05-10 06:00:00 2017-05-10 06: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일인 9일 시민들은 가랑비가 오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아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을 기다렸다. 
 
오후 8시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KBS·MBC·SBS 등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일제히 환호와 탄식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몇몇 지지자들은 소리치며 서로를 부등켜안았다. 
 
오전에 투표를 마치고 광화문 광장에 나온 이미영(33·여)씨는 “미세먼지도 심하고, 집에서 편하게 볼까 고민하다가 나왔다”면서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후보에게 끝까지 힘을 실어주고 싶었는데, 나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자들은 당사 앞으로 몰려들어 “문재인”, “이겼다”를 연호하며 한껏 승리를 만끽했다. 다만 이날 오전부터 1조 원대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에 휘말린 IDS홀딩스 관계자들이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확성기를 통해 자신들의 불만을 토로해 지지자들의 함성 소리보다 이들의 시위 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하는 40대 박모씨는 “문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1위로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여론조사 때부터 이런 흐름이 나왔기 때문에 대부분 그게 맞을 것 같았는데 얼추 맞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예상외 선전에 놀라는 반응이었다. 송모씨는 “홍준표 후보가 그렇게 높은 지지율을 받은 게 이해가 안된다”면서도 “문재인 후보가 50%를 못넘은 것은 아쉽지만 2위와의 격차가 커서 다행”이라고 애써 위로했다.
 
이날 광화문광장 주변에는 오전부터 개표방송을 준비하는 방송사 관계자들을 비롯해 가족, 연인, 친구들의 손을 잡고 나온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출구조사 발표 전까지 광화문광장을 돌아보며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가 종료된 9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한 방송사의 출구조사 발표 및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엇보다 시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 대선을 이끌어낸 촛불집회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박하영(24·여)씨는 “촛불을 들었던 게 불과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 대통령을 뽑았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며 “촛불집회는 정말 역사적인 일이었지만 두 번 다시는 촛불을 드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춘호(44)씨는 “지난겨울 얼마나 추웠느냐”며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매주 나와서 고생한 시민들 생각해서라도 대한민국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희망했다. 
 
광화문 광장 곳곳에는 새로운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때문에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대통령에게 저마다의 목소리를 전했다. 세월호 추모 공간을 찾은 최보미(21·여)씨는 “새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이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을 우선적으로 해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더 이상 국민들이 국가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영호(43)씨는 “사드가 안보적으로 중요한 건 잘 안다”면서도 “기습적으로 배치를 강행하고, 성주에 노인분들이 그렇게까지 고생하시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에서 다시 협상을 하든지 해서라도 평화적인 방향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광화문 광장 한편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단식농성 천막이 자리하고 있다. 
 
이날은 선거일인 만큼 투표와 관련해 일부 단체들의 기자회견도 잇따라 열렸다. 오전 11시에는 장애인 연대체인 '2017 대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 없는 평등한 투표권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전국의 사전투표소 10개 중 2개는 장애인이 아예 접근할 수 없었다”며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소년들은 선거 제한 연령 하향을 주장하고 나섰다. 청소년인권연대 추진단과 인권운동사랑방, 한국YMCA전국연맹은 오후 2시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청소년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5·9 선거일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청소년의 집회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참정권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청소년들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확대하고, 정당가입과 선거운동을 보장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집회를 하거나 정치적 의견을 냈을 때 제재받는 근거로 활용되는 학칙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들도 이어졌다.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정용기, 이용주, 이정미 의원 등이 참여하는 토크쇼가 진행됐고, 오후 7시에는 가수 양희은과 장미여관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다.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가 종료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광장에 마련된 출구조사 발표 방송을 지켜보던 시민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출구조사 소감을 시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박주용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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