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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시대) '정권교체 적임'·'준비된 대통령' 메시지 먹혔다
탄핵정국속 촛불민심 선점 주효…매머드급 인재풀·통합된 당조직도 승리 원동력
2017-05-10 06:00:00 2017-05-10 06:00:0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민심은 제대로 된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확실한 정권교체 카드’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콘셉트로 19대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정국에서 ‘정권교체’라는 강력한 바람을 타고 ‘적폐청산’이라는 메시지를 선점하며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촛불집회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문 당선인의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했고, 올해 1월부터 대세론을 형성했다. 비리로 얼룩진 정권의 민낯이 공개되고,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파면되자 가장 안정적인 차기 주자로 문 당선인이 주목받은 것이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7~8명은 정권교체를 원했다.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강력한 흐름과 그 대표주자로 문 당선인이 발돋움한 것이 승리의 동력이 된 셈이다.
 
이는 앞서 문 당선인이 지난 대선 이후 5년동안 정치권에서 평지풍파를 겪으면서 박 전 대통령의 가장 대척점에 있는 정치인이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2012년 대선에 출마해 박 전 대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는 점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의 대표를 지낸 점 등이 문 당선인을 ‘정권교체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 숱한 시련에 단단히 단련됨으로써 당내 경쟁자들이나 다른 당 대선 주자들의 웬만한 공격에도 지지율이 크게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대세론에 균열이 가기도 했지만 문 당선인은 대선레이스 시작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이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전문가들도 대부분 문 당선인의 제1의 승리 요인으로 정권교체 적임자라는 카드가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9일 “탄핵 정국에서 형성된 정권교체에 대한 외적인 열망이 조성되면서 정권교체 대표자라는 어젠다를 선점한 문 후보가 좀 더 유리했다”고 평가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도 “문 당선인의 1등공신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며 “대세론이 흔들리지 않고 계속 유지된 것을 보면 박 전 대통령 사태를 겪으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엄중한 시대정신을 문 당선인이 가장 잘 관통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문 당선인의 또 다른 승리 요인으로는 가장 잘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점이 꼽힌다. 문 당선인이 지난 대선에 한번 출마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 도움이 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보궐선거로 치러지는 만큼 선거 준비 기간이 짧았고, 단기간에 각 후보를 검증하기에 시간도 부족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당선된 후보는 인수위원회 과정 없이 바로 대통령 업무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아무래도 불안해하는 국민에게는 ‘준비된 후보’ 이미지를 심어준 후보가 유리하다. 이런 점에서 문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외곽조직인 ‘더불어포럼’ 등에 수천명의 교수와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 문 당선인에게 도움이 됐다.
 
문 당선인 주위에 넓은 인재풀이 존재한다는 것은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라는 당의 조직과도 연관돼 있다. 전국에 촘촘하게 깔린 당의 지역조직, 보수와 진보를 망라하는 매머드급 인재풀은 문 당선인을 ‘준비된 후보’로 만들었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이 하나로 단합해 문 당선인을 도왔던 선거 유세 모습은 2012년 대선 때와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김부겸 의원이 대구에서 온갖 야유를 들으면서 문 당선인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안희정 충남지사의 아들 안정균씨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아버지를 대신해 문 당선인 지지연설을 했던 장면은 민주당의 단합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안일원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 상태는 말 그대로 오합지졸이었다”며 “적전분열 상태였는데 이번에는 그때 아픈 학습효과가 있어서 그런지 그때보다 10배는 더 열심히 한 것 같다. 캠프와 후보 간에 특별한 불협화음도 없었고,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당 지도부도 일심동체가 돼 촛불민심을 받들기 위해서 굉장히 열심히 했다”고 평가했다.
 
문 당선인이 5차례의 TV토론에서 다른 후보들을 상대로 선방한 점도 이번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대선에서 처음으로 스탠딩토론이 도입되면서 후보 간 자유 토론으로 문 당선인에게 질문이 집중돼 이른바 ‘문재인 청문회’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문 당선인이 이를 잘 극복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문 당선인과 양강구도를 이루며 거세게 추격했던 안 후보가 TV토론 과정에서 지지율에 가장 큰 타격을 입으면서양강구도가 ‘1강 2중’ 구도로 바뀌었다. 될 사람에게 표가 쏠리는 밴드웨건 효과까지 나타난 점도 문 당선인이 승리를 거둔 배경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지난 3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19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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