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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국문학 작품이 한류에 합류하려면
2017-05-11 06:00:00 2017-05-11 06:00:00
작년 이맘때인 2016년 5월 중순, 한국은 소설가 한강 씨가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평가받는 영국의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한국문학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무엇보다 세계가 다시 한 번 한국문학을 주목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값진 성과였다. 더불어 한국문학도 향후 노벨상 수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과 기대감을 확산시켜 주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7년 5월 현재, 우리는 과연 한국문학이 그 성과에 걸 맞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합류하려면 향후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어떤 실행을 해야 하는가를 점검하고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즉, 한국문학 작품이 한류에 합류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동아시아의 일본이나 중국이 세계에 많은 문학작품을 내놓으며 주목받고 있는 현실과 비교하면, 아직도 우리문학이 갈 길은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어야 할 한국 드라마와 K-pop 중심의 한류가 매출 감소를 알리고 있는 현실도 우리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에 필자는 이 시점에서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한국문학 작품이 한류에 합류하기 위한 발전적인 제안 몇 가지를 내놓는다.
 
먼저, 한국문학 작품이 너무 한국적인 것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주목하자. 이데올로기적 주제에 치우친 무거운 작품들이 세계시장에서 독자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한국이라는 지역적 특수성과 함께 세계적 보편성을 담보하는 문학 콘텐츠의 생산이 생명력을 가질 것이다. 세계시장에서의 일본문학이 선전하는 요인도 그러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소재나 주제의 다양화, 사소한 일상에서의 자아발견, 섬세한 감각, 다양한 인생 경험이 있는 작가군의 발견이 요구된다.
 
둘째, 우리 스스로가 문학작품을 읽는 습관을 가지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우리 문학 작품 읽기 운동’ 혹은 초중고 수업시간에 ‘문학 작품 읽기 수업’을 제도적으로 도입하자는 것이다. 지난 2017년 1월에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힌,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진흥 기본계획'에는 초중고 교과 수업시간에 매학기 책 한 권 읽기 등의 인문학적 교육활동이 강화된다는 항목이 들어 있다. 이 기본계획에 문학작품 읽기를 연계시키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세우자. 장기적으로 보면, 가장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대중문학 혹은 장르문학과 순수문학과의 경계선을 허물자는 의견에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자. 독자들의 욕구를 파악하지 못하고 순수혈통만을 고집하는 출판의 미래가 과연 효율적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루 속히 떨칠 필요가 있다.
 
넷째, 좋은 번역가의 확보다. 그에 관한 것은 늘 제기되어 온 문제이지만, 현실은 아직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전문 번역가는 아직도 ‘저렴한 번역료’ 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갇혀 있다는 점은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더하여 번역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향후에는 원어민과 한국인의 공동 번역도 하나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하고 싶다. 번역의 품질에 대한 시비를 가장 최소화하는 방법이고, 한국적인 정서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길로 갈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이렇게 조성된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홍보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하다. 일본 정부나 민간단체가 일본의 소설이나 문화 관련 서적을 세계에 보급 시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데 일조했다는 사실은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될 점이다.
 
이러한 필자의 다섯 가지 제안이 현실로 옮겨진다면, 한국문학 작품이나 우리의 문학 콘텐츠는 한류의 확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류의 확산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지속적으로 지향하고 꿈꾸는 바이지만, 향후 한류가 더 튼튼한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한국문학이 그 뿌리가 되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학의 뿌리는 그 나라의 문화를 지탱하는 근간이 된다. 이러한 생각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의 한국 문학 종사자나 관련자,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이 시대가 요구하는 소명의식 같은 것이다. 노벨문학상은 그런 노력의 성숙함으로 우리들의 품으로 다가오는 결과물의 하나가 되지 않겠는가.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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