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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검·경 이름값 하도록 국민이 살피자
2017-06-29 06:00:00 2017-06-29 06:00:00
검찰(檢察)과 경찰(警察)에는 모두 ‘살필 찰’ 자가 들어있다. 독재가 횡행하던 한국현대사의 불행 속에서 두 기관은 명실상부한 권력기관의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수사권을 놓고 벌어지는 두 기관의 갈등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분명한 것은 권력자가 어떤 필요에서 누구에게 더 눈길을 주느냐에 따라 힘의 서열이 정해졌고, 그 눈길을 얻기 위해 권력자에 굴종하던 ‘권력의 개’는 스스로 점점 괴물로 변해갔다는 사실이다.
 
조직의 힘이 커질수록 성찰과 자정이 중요한 법인데 그렇게 하질 못하니 비판이 늘어간다. 특히 박근혜 정권에서의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본 국민들은 사태를 악화시킨 주범으로 검찰을 지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결국 ‘살필 찰’ 자에 담긴 직무수행과 권한 행사의 본질을 외면한 채 매우 잘못된 길로 움직였던 대가라 할까.
 
애초에 이름을 지은 이의 생각은 시민들의 주변을 살펴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를 예방하고, 법을 어긴 범죄자를 처벌하여 세상의 정의를 세우라는 뜻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본래 주어진 이름에 합당한 살핌과 보살핌의 대상으로 매번 주권자인 국민보다는 권력자를 택했다. 자신들에게 봉급을 받게 해주는 국민보다, 자리를 주고 힘을 실어주는 권력자를 택한 데서 비극이 시작되었다. 권력자의 의중을 살펴가며 시민들에게 눈을 부라리고, 오로지 누가 권력자를 불편하게 하는지 사찰하며 회초리를 들었던 것이다.
 
예로부터 이름은 어떤 사물의 실상을 드러낸다. 실상이 잘못되어 이름이 어울리지 않으면 이름을 더럽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공자는 자로라는 제자가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必也正名乎)."고 하였고, 또한 "정치란 바로 잡는 것이다.(政者正也)."라고도 하여 정치에 있어서 정명의 중요함을 피력하였다.
 
제나라 경공이 정치에 대해서 물었을 때에도, 공자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어버이는 어버이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고 하여 명분과 그에 대응하는 덕이 일치하지 않음을 지적하였다. 전형적인 봉건군주시대에 맞는 사회윤리를 설파한 것이지만, 이러한 공자의 정명 사상은 사회 성원 각자가 자기의 명분에 해당하는 덕을 실현함으로써 올바른 질서가 이루어지는 정명의 사회가 된다는 뜻에 비추어 오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정명론을 더욱 발전시켜 맹자가 혁명론을 전개한 것도 유명하다. '임금이 임금답지 못할 때' 혁명을 통해 임금도 내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가 경험한 것처럼 대통령이 그 실체와 걸맞지 않은 이름을 앞세워 해악을 끼친다는 것은 악이 활개치는 고통의 사회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직자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보인 그 악마적 소행은 결코 개개인의 일탈이나 극소수의 타락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검찰, 경찰이 희생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살피지 않은 채 권력자의 불안한 마음과 처지를 최우선적으로 살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처럼 사물의 본질인 이름이 그 실체와 부합해야만 다수의 군중인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삶 또한 편리해져서 살기 좋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명실상부’라는 문자는 특히 공적인 책임과 연결될 때 더욱 엄중한 의미를 갖고, 그 기관이 똑바로 움직이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척도로 쓰이게 되었다.
 
그러니 이름을 바로 세운다는 것은 어떤 기능이나 역할을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며, 그것은 동시에 그러한 기능이나 역할의 이상적 상태에 다가가는 것이다. 질문을 했던 자로는 공자의 말씀에 “겨우 이름에 집착하는 것이냐”며 따졌다지만, 이처럼 이름을 바로 세운다는 것은 세상의 도리를 바로잡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대통령의 공약으로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국민적 관심도 다른 때와 달리 매우 진지하고 집요하다. 역사의 흐름은 이제 검찰과 경찰이 그 이름에 걸맞는 국가기관으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prosecutor'와 'police'라는 이름에도 수사권이 핵심은 아니었다. 스스로 고쳐내면 살 수 있을 것이고, 이익을 지키려 저항한다면 망할 것이다. 그간의 과오를 스스로 철저히 살피고 주권자의 뜻을 살펴 어떤 것이 진정 바른 길인지를 알고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지금, ‘살필 찰’의 주체와 객체는 분명 주권자가 되어야 한다.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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