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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 기자)세계 권력 이동…‘슈퍼 아시아’ 시대 열렸다
EU 같은 거대 단일 시장 성장…한국, 중·일처럼 발빠른 변화 대응력 필요
슈퍼아시아|KBS 슈퍼아시아 제작팀 지음|가나출판사 펴냄
2017-08-23 18:00:00 2017-08-23 1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슈퍼아시아’의 시대는 이미 왔습니다. 저는 ‘슈퍼아시아’라는 명칭이 지금 당장 쓰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시아는 국제적으로 대단히 중요해질 겁니다.(앤드류 시어러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
 
불과 200년 전, 세계 경제의 ‘넘버 원’은 유럽이었다. 무적 함대를 앞세운 ‘힘’으로 이들 국가는 세계를 식민지화시키고 산업혁명을 주도했다. 하지만 막대한 전쟁 비용으로 그 시대는 100년도 안 돼 막을 내린다. 이후 바통을 넘겨 받은 미국이 20세기 내내 세계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됐다.
 
그리고 다시 100년이 흐른 오늘날, 세계적인 석학들은 아시아가 새로운 권력을 쥐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앤드류 시어러처럼 이미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는 ‘슈퍼아시아’가 탄생했다고 낙관에 찬 전략가들도 있다. 도대체 오늘날 아시아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기에 그들은 그렇게 ‘확신’에 찬 어조로 자신하는 걸까.
 
신간 ‘슈퍼아시아’는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품고 있는 이들이라면 읽어봄직한 경제서다. 지난해 10월 KBS에서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만들었던 제작팀이 현장 취재 경험들을 풀어놓듯 집필했다.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20여개국을 직접 누비고 100여명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관찰을 토대로 ‘아시아 시대’의 가능성을 점친다.
 
저자들이 책의 3분의1 분량에 걸쳐 설명할 정도로 주목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오늘날 중국은 ‘대륙의 혈관’인 고속철도의 개발로 교통, 비즈니스, 관광, 소비, 일자리의 기회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나 빅데이터, 스마트공장·시티,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우주선 등의 산업을 정부 주도로 차근 차근 실현해 가고 있다.
 
저자들은 “저임금 노동력을 기반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산업과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단순 제조업에서 첨단 기술을 갖춘 강국으로 변신해가는 ‘중국의 꿈’이 실현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들이 제시하는 개별 기업들을 보면 역동적인 중국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영국 런던 시내를 질주하는 빨간 버스를 공급하는 중국 전기 자동차기업 비야디(BYD)나 에어버스와 보잉으로 양분되던 항공기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상용항공기공사 ‘코맥(COMAC)’,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DJI 등의 사례들이 그렇다. 중국 정부가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혁신’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 기업을 통해 저자들은 “이제 중국이 더 이상 시장의 팔로워가 아닌 리더로 변화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 다음으로 비중있게 설명되는 국가는 인도다. 인도는 인구의 65%를 차지하는 8억명의 젊은 노동력과 IT 기반의 첨단과학 기술, 해외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장 개방 등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거인’으로 부상 중이다.
 
특히 저자들은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 ‘메이크 인 인디아’를 주의 깊게 본다. 오는 2022년까지 인도의 제조업 생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기반에 둔 정책이다. 인도 정부는 이를 토대로 향후 10년간 일자리 1000만개를 늘리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저자들은 삼성과 애플에 이어 인도 내 스마트폰 강자로 떠오르는 마이크로맥스, ‘인도판 우버’라 불리는 차량 공유서비스앱 올라, 매년 7만여명의 IT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는 인도공과대(IIT) 등을 소개하며 오늘날 인도의 변화 모습들을 짚어 간다.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을 관통하고 장차 유럽까지 연결하게 될 아시안 하이웨이, 아시아개발은행 주도 하에 건설 중인 메콩 강 유역 경제회랑, 중국에서 독일까지 컨테이너의 직접 운송을 하는 중국·유럽간 화물열차 등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EU같은 거대한 단일 시장이자 세계 물류의 허브로 도약할 아시아의 미래가 그려지기도 한다.
 
책 말미에 이런 변화에 둔감한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지적하는 부분은 곱씹을만 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일본은 메콩강 주변국, 일대일로를 진행하는 중국은 인도와 유럽 국가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비해 여전히 신속한 대응을 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들은 “세계적인 석학들이 슈퍼아시아의 도래를 점친건 단지 선언적인 문구가 아니었다”며 “촬영 기간 내내 아시아 대륙이 거대한 변화로 꿈틀대고 있고 세계의 부가 서서히 그 쪽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 “현재 세계 경제의 3분의1, 오는 2050년까지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아시아 시장이 우리나라에게 앞으로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며 “앞으로 한국은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그리고 시장에 어떻게 합류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슈퍼아시아. 사진/가나출판사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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