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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국 공장 '반쪽짜리' 재가동
부품사 대금 지급 없이 구두 합의 후 납품
판매량 늘지 않으면 다시 가동 중단 '불 보듯'
2017-08-30 14:20:05 2017-08-30 14:20:05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부품 업체의 납품 거부로 가동을 멈췄던 현대차 중국 공장 4곳이 30일 가동을 재개했다. 해당 부품 업체와 협상을 통해 부품을 다시 공급 받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재개여서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날 “해당 부품업체와 이번 문제를 원만히 해결키로 합의해 부품을 공급받으면서 공장이 다시 돌아가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대금 지급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 중국 합자법인인 북경현대차는 지난주부터 29일까지 대금을 받지 못한 부품 업체의 납품 거부로 공장 가동을 멈췄다. 
 
다행히 공장은 재가동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전히 부품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품업체와의 구두로만 합의한 것이어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언제든 공장은 다시 멈춰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쪽자리' 재가동인 셈이다. 중국 내 현대차 판매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은 묘연한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장 가동 중단 사태로 현대차 하반기 중국 실적이 더 크게 급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경현대차는 올해 7월까지 중국에서 총35만1292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7월까지 판매량(59만2785대)보다 40.7% 하락한 수치다. 현재 북경현대차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모든 차량을 중국 현지에 판매하고 있다.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차량은 구형 ‘제네시스’와 ‘맥스크루즈’ 정도로 수출량도 미미하다. 현대차가 이번 공장 가동 중단을 막지 못한 이유는 북경현대가 북경차와 현대차가 50대 50으로 출자한 합자회사이기 때문이다. 자금은 북경차 쪽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중국 공장 가동 중단으로 중국 내에서 현대차 이미지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 영향으로 판매가 크게 하락했지만, 한때 공장까지 멈췄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대차를 찾는 소비자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기아차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대차그룹 관계자 “아직 다른 부품 업체의 납품 거부는 없고, 기아차 중국 공장도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현대차 판매 부진은 중국에 깔려 있는 판매망까지 와해시킬 수 있다. 제품이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판매망 와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지난달부터 자동차 딜러들의 멀티 브랜드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멀티 브랜드 판매 정책 시행과 함께 딜러들이 다양한 브랜드를 함께 판매하고 있어 현대·기아차는 중국내 단독 딜러망 운영도 어려운 상태다.
 
현대·기아차를 따라 중국에 동반 진출한 중소 협력업체들의 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 중국에 진출한 145개 국내 부품업체는 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들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90% 이상을 현대·기아차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하락은 이들 중소 협력업체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북경에 있는 북경현대차 제3 공장에서 근로자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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