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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 ‘넥스트 머니’ 가상화폐, 금융시스템 권력 개혁 이끌까
‘비트코인’ 소설로 보는 가상화폐…범죄 악용 소지 VS 민주주의로의 변화 리드
비트코인 탄생의 비밀|알렉스 프록샤트·요셉 보우스켓 지음|알투스 펴냄
2017-09-06 18:00:00 2017-09-08 10:45:32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암호 화폐 분석가 알렉스 프록샤트가 쓴 ‘비트코인 탄생의 비밀’을 재밌게 읽기 위해서는 가상화폐에 관한 간단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좋다. 카카오의 ‘초코’나 네이버의 ‘네이버캐쉬’, 한국은행이 찍어내는 원화 등과 달리 특정 개인이나 회사, 정부가 운영·관리하는 ‘캐시’가 아니라는 점만 알고 있어도 충분하다.
 
개인이 컴퓨터에 전자 ‘지갑(계좌)’을 깔 수 있고 이를 통해 직접 화폐를 저장하거나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이란 중개 매체가 필요 없이 거래가 이뤄진다. 블록체인 기술이 탑재돼 지불 내역은 공개된 키로 모두가 들여다볼 수 있지만 내역 변경은 오직 자신이 지닌 암호키로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알고 있지 않더라도 책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가상화폐의 원류인 ‘비트코인’의 개념과 탄생 배경 등을 영화 같은 흥미 진진한 그래픽노블로 풀어가기 때문이다. 픽션 속에 담긴 논픽션을 통해 ‘넥스트 머니’로 평가받는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볼 수 있다.
 
소설은 비트코인 최초 개발자 ‘나카모토 사토시’로 추정되는 픽션의 인물(밥 갤트)을 한 마피아 조직이 쫓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나카모토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수십억 달러치의 비트코인으로 세상을 뒤흔들만한 ‘범죄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그 뒤에는 그들의 노력을 가로 채 물질적 풍요를 누리려는 미국 국가보안국의 직원 말렛과 고스가 있다.
 
그러나 갤트는 사이퍼펑크 운동가(비트코인의 대대적 활용을 주창하는 활동가)라는 인물의 도움으로 그 두 포위망을 뚫고 도망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운동가는 자신이 왜 쫓기는지 어리둥절해 하는 갤트에게 비트코인과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인물에 대한 자세한 개념들을 설명해준다. 또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중간중간 등장하는 국가보안국 직원들의 입을 빌려서도 보충적으로 전해진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익명의 인물이 만든 비트코인은 일종의 ‘암호화 화폐’다. 은행이나 발행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일렉트롬’, ‘멀티비트’ 등과 같은 사이트에서 개인 암호화키로 전 세계 어디로나 송금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개인 간의 거래 내역은 ‘공공 거래장부’로 불리는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이는 공개'키'로 모든 사용자가 공유할 수 있다.
 
때문에 어떤 면에서 본다면 기존 금융시스템보다 더 안전하고 투명하고 효과적이다. 사용이 일반화 되면 개별 금융기관과 국가가 독점하던 금융 시스템의 권력이 분산되는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비트코인 옹호 단체들은 이런 면에서 가상화폐가 향후 더 민주적인 사회로의 변화를 이끌 것이란 낙관론을 펴기도 한다.
 
반면 동시에 가상화폐는 악용 가능성도 충분히 품고 있다. 암호화 방식의 화폐기 때문에 추적이 어려워 불법 물품 등이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마피아 조직이 갤트를 쫓는 이유 역시 비트코인의 이러한 ‘검은 거래’의 특성을 간파한 탓으로 묘사된다.
 
“비트코인은 암호화 화폐 네트워크기 때문에 추적을 할 수 없어! 원하는 모든 거래를 할 수 있지. 아무도 모르게 말이야.(마피아와 협력하는 해커 오스카의 말 중 일부)”
 
이처럼 양면성을 품고 있는 비트코인은 미래 사회를 어떻게 바꿀까. 저자는 책 스토리 상에서 그 결론을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래도 낙관적인 측면으로 흘러가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특히 사이퍼펑크가 주인공 갤트에게 “비트코인을 악용하려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지만 비트코인 지급은 결국 블록체인 방식으로 추적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거나 “실제로 (비트코인보다) 현금이 더 불법 활동을 보호하는데 많이 쓰이며 글로벌 은행과 정부는 은행간 대출 금리와 금융시장을 조작하며 돈세탁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대목에서 이 같은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마피아 조직과 보안국 직원들이 결국 갤트를 쫓길 포기하도록 책을 구성한 점에서도 작가의 그런 생각이 은연 중 드러난다.
 
물론 최근까지도 ‘다크넷’ 등 비트코인 유사 사이트로 전 세계 곳곳에서 가상화폐가 악용되고 있거나 투기꾼들이 돈을 벌어들일 목적으로 비트코인에 몰리는 사례 등을 보면 그의 전망대로 미래 사회가 설계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책은 비트코인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양면적 가치를 모두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한 가치는 있다. 평소 비트코인에 관심이 있지만 접근하기 어려웠던 이들이라면 흥미로 한 번쯤은 읽어봄직 하다. 프렉시트 역시 책의 서문에서 “전 세계의 다양한 언어로 비트코인에 대해 알리고 교육하기 위해 책을 썼다“며 “이 그래픽노블을 읽고 독자들이 영감을 얻어 돈과 비트코인, 분산방식 기술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탄생의 비밀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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