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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인터넷은행, 초심으로 돌아가라
2017-10-13 08:00:00 2017-10-13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권의 메기'로 불리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국회 국정감사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무위원회 의원들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최고경영자(CEO)들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들였다. 금융당국이나 금융권에서는 당장 '인터넷은행이 정쟁에 휘말렸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난 정권 때 출범해 '옥동자'로 떠받들린 것이 원죄"라며 "금융권 적폐청산의 억울한 제물이 됐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그렇다면 정말 적폐청산의 억울한 제물인지 아닌지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이 출범한지 반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은행의 영업행태가 그동안 어땠는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출범한 케이뱅크의 경우 당초 출범하기 전에 정교한 신용평가를 통해 청년과 소상공인 서민계층을 대상으로 연 4.2% 수준의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도 신용 8등급 고객에게까지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출범 전부터 중금리 대출 시장 개척을 주요 무기로 표방한 인터넷은행의 약속은 자취를 감춘 듯 하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은행연합회의 10월 중 '일반신용대출 신용등급별 금리현황'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신용등급별 평균 대출금리는 연 6.48%로 18개 시중은행에서 가장 높고, 가장 낮은 국민은행의 2.71%와 대비해서는 3.77%포인트가 높아 약 2.4배 비싼 대출금리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고신용자의 대출 건수가 전체의 66.7%, 금액 기준으로는 89.3%를 차지했다. 중저신용자의 대출건수와 대출금액 비중은 각각 33.3%, 10.7%에 그쳤다. 낮은 금리는 신용등급 1~3등급에 해당하는 고신용자에게 돌아가고 중저신용자에겐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매기는 셈이다.
 
다음주부터 금융당국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두 인터넷은행은 이번 국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인가 특혜 의혹까지 받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대주주 중 하나인 우리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이 업계 평균치 이상이어야 하는 은행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특혜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명을 했지만, 금융위원회가 위촉한 민간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최근 "인가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인가 특혜 의혹까지 받으며 무리하게 승인해줬지만, 결과적으로 소상공인과 서민계층을 외면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은행들은 '금융권의 메기'라는 별칭에 매몰된 나머지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 국감 데뷔전을 무겁게 치루고 서민층을 위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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