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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미 세이프가드에 연초부터 '진땀'
마지막 공청회서 세이프가드 부당함 주장…현지공장 조기가동만이 해법
2018-01-04 17:53:07 2018-01-04 17:53:07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사업이 연초부터 거센 미국발 통상 파고에 직면했다. 양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여부를 결정하기 전 마지막으로 열린 공청회에서 관세 부과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적극 소명했다. 양사 모두 미국 내 공장 가동을 서두르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가동률을 끌어올리기까지 상당 시간이 필요해, 규제로 인한 수익성 하락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무역대표부(USTR) 주관으로 열린 세탁기 세이프가드 공청회에서 청원 당사자인 월풀과 3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다. 양사와 우리정부는 관세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동시에 세이프가드 조치는 현재 건설 중인 미국 공장의 가동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명분도 제시했다.
 
이날 존 헤링턴 삼성전자 미국법인 선임 부사장은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에 짓는 공장은 통합된 생산설비로 약 1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내년이면 100만대 이상의 세탁기를 생산한다"며 "관세 부과는 뉴베리 공장, 소매업체, 소비자에게 심각한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프가드로 사업에 차질을 빚으면 매장 면적 축소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지고, 이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 가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LG전자 역시 공청회 이후 내놓은 성명에서 "우리와 삼성전자 모두 미국에서 세탁기를 생산할 것이기 때문에 수입 규제는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월풀의 세이프가드 발동 제안은 오히려 미국 내 일자리를 줄여 미국 경제에 해을 입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 측은 또 "미국 내 생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다만, 내년까지는 LG전자가 외부에서 생산해서 미국에 판매하게 되는 제품 비중이 30%에서 4%까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월풀은 여전히 한국 세탁기의 모든 물량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USTR에 호소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 세이프가드의 빈 틈이 될 수 있어 해당 국가도 세이프가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FTA 체결국을 세이프가드에서 제외할 경우 삼성과 LG전자가 이들 국가로 공장을 옮겨 미국으로 수출할 것이란 얘기다.
 
USTR은 공청회 결과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세이프가드 조치를 권고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USTR 권고안을 받은 뒤 다음달 중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ITC는 지난해 11월 향후 3년간 매년 120만대를 초과하는 세탁기 물량에 대해 첫해는 관세 50%를 부과하고 2년 차 45%, 3년 차 40%의 저율관세할당(TRQ)을 권고한 바 있다.
 
미국 라스베가스 홈디포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LG전자 세탁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연간 약 300만대의 세탁기를 판매하고 있다. ITC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권고안에 따르면 한국산 세탁기 120만대에 TRQ를 적용할 경우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 수입 물량이 2016년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하고, 가격도 30%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우리정부와 삼성·LG의 간곡한 호소에도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공장을 조기 가동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장이 완전한 생산능력을 갖추는 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피해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는 1분기, LG전자는 4분기께 공장이 가동될 전망이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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