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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ICO 규제만 능사 아니다
2018-03-22 06:00:00 2018-03-22 06:00:00
“벤처기업과 4차 산업을 육성한다고 하면서 ICO를 금지하고, 블록체인과 밀접한 가상화폐를 제약하는 건 어불성설 아닌가요?”
 
백아란 금융부 기자
최근 국내 한 블록체인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핀테크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지원한다고 하면서도 세계 각국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ICO(Initial Coin Offering·가상화폐공개)에 대해선 전면 금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는 평가다.
 
기업공개(IPO)에서 유래된 ICO는 신규 가상화폐나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에 대한 프로젝트 백서를 바탕으로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종의 크라우드 펀딩이나 엔젤 투자처럼 유망한 기술력을 보유한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한 후 향후 상장한 가상화폐로 차익을 얻는 형식이다. 스타트업만 ICO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메신저 업체인 텔레그램의 경우 ICO를 통해 2주 만에 8억5000만달러(약 9083억원) 자금을 유치하는 등 리버스ICO도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보스코인(Boscoin)을 시작으로 데일리 인텔리전스가 내놓은 아이콘(ICON)과 의료정보 관리 플랫폼 메디블록의 메디토큰(MED), 현대BS&C의 정대선 대표가 발행한 에이치닥(HDAC)등이 ICO를 통해 수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국내 ICO시장은 개점 휴업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이들 재단이나 법인은 모두 해외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 과열과 유사수신 우려 등을 이유로 지난해 9월부터 ICO를 전면 금지한 상태다.
 
문제는 국내 상장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20%가량이 ICO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데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결제시스템과 관련 산업의 등장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 역시 규제망을 피해 싱가포르와 스위스 등지에서 ICO를 추진 중인 상황이다.
 
반면 금융당국에서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이나 법령을 제정하지도 않고 있다. 시장 조성을 위한 방안 없이 규제만 내세우는 것이다.
 
유사 수신이 우려된다면 최소한의 요건을 마련해 ICO 등록제를 도입하거나 회계 투명화를 위한 자금세탁방지와 실명확인 절차를 마련하면 된다.
 
명분 없는 규제는 오히려 시장을 음지로 몰아넣을 뿐이다.
 
혁신기업 성장을 촉진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오히려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양성화해야 한다. 지금은 건전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때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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