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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장애에 차가운 시선 지닌 모든 이들에게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류승연 지음|푸른숲 펴냄
2018-04-03 12:05:45 2018-04-03 12:05:4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길에서, 지하철에서, 마트에서 우리는 발달장애인을 마주할 때가 있다. 시선이 가지만 그 와중에 몸이 비켜간다. 성인 발달장애인에게는 두려움과 혐오의 시선이, 발달장애 아이와 부모에게는 측은한 동정의 시선이 쏠린다. 수많은 시선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몫이다.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의 저자 류승연씨는 그런 시선에 10년째 '정면 대결' 하고 있는 장애 아이 엄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치부 기자로 국회를 출입, 향후 20~30년 승승장구하는 인생을 꿈꿨던 저자는 2009년 장애 아들 동환을 낳고 부터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저자는 책에서 장애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가장 감내하기 힘든 일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유치원과 학교에서 아들 동환은 '편견과 오해'를 피할 수 없었다. 주변인들의 시선은 냉정했고 차가웠고 고통스러웠다. 멀지 않은 미래에 '동네 바보 형'이라 불리며 평생 이방인으로 살까 두려웠다. 그때부터 아들을 친구이자 동료, 이웃집 사람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책은 장애인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거두고 함께 사는 법을 모색하게 한다. 발달장애 아이가 가진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 그들을 '아픈 아이'가 아니라 느리게 커가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 것, 그들이 보이는 낯선 행동과 소리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함이라는 것 등을 하나 하나 알려준다.
 
한국 사회의 열악한 장애 복지 실정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대치동 학원가보다 치열한 장애 아이 치료 기관 진입 경쟁률, 모호한 기준의 장애등급 평가, 맞춤 특수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특수학교 등 아들 동환을 키우며 체감한 오늘날 장애 복지의 현주소를 짚는다.
 
책은 2016년 11월부터 약 2년간 온라인 매체 '더퍼스트미디어'에 연재한 '동네 바보 형'을 새로 정리한 것이다. 당시 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까지 공감과 지지의 댓글을 받았던 글을 추려 엮고 재정리했다.
 
저자 자신도 10년 전에는 '차가운 시선'을 보내던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던 사람이었다. 그는 책을 통해 장애인과 장애 부모 뿐 아니라 장애에 편견을 가진 모든 이들이 이 책을 보길 바란다고 소망한다. 장애인은 낯선 존재가 아닌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라는 것을 그는 책에서 말하고 있다.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사진제공=푸른숲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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