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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엔 보신탕' 옛말…식당 줄고 도심 곳곳 '개 도살 반대' 집회
"삼계탕 더 많이 찾아"…전문식당도 카페 등으로 업종 변경
동물보호단체들 광장 집결 "동물보호법 개정안 처리" 촉구
2018-07-17 16:53:47 2018-07-17 16:53:47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복날에 개고기를 먹는 풍경이 점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동물단체들은 개 도축 반대 시위를 벌였고, 보신탕집에는 파리가 날렸다.
 
동물보호단체들은 17일 초복을 맞아 청와대,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등 곳곳에서 개 도축 금지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동물권단체인 '케어'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토리 인형 입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토리는 개고기가 되기 직전 구조된 유기견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견으로 삼은 바 있다. 케어는 토리의 모습을 본딴 인형 2018개를 광장에 놓고 개 도축을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국회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도살 가능한 경우를 예외적으로 명시하는 내용이다.
 
'동물해방물결'은 국제동물권단체 'LCA'와 함께 광화문광장에서 ‘2018 황금개의 해 복날추모행동'을 진행했다. 개 농장에서 폐사한 개 사체 10구를 들고 추모 의식을 진행한 후 상여를 메고 청와대로 갔다가 다시 광장으로 돌아왔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는 "정부가 가축으로 취급할지 말지 오락가락하는 수십년 동안 개는 잔인하게 도살돼왔다"며 "이번 행사는 정부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동물권행동 '카라' 역시 오전 개 도살을 막아달라는 내용을 담은 시민엽서 120여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보신탕집은 개고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인기가 떨어진 모습이었다. 이날 포털 지도에 표시된 종로·중구 보신탕집 3군데를 방문했으나 2군데는 온데간데 없었다. A식당은 2년 전에 폐업해 현재는 면 전문식당으로 바뀌었고, B식당은 1년 전 카페로 업종을 변경했다.
 
1년 전까지 보신탕집이었던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의 17일 오후 모습.
 
개고기와 닭고기를 겸하는 C식당은 점심에 손님들로 붐볐지만 보신탕보다는 삼계탕이 더 잘 팔리는 양상이었다. C식당의 ㄱ사장은 "15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보신탕 비중이 40~50%는 됐는데 이제는 15~2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언제부터인가 복날하면 삼계탕이라, 개고기 장사만 했으면 진작에 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 도중 고객들은 주로 삼계탕에 표시된 계산서를 하나 둘 계산대에 올려놨다. 일부 노인은 보신탕을 계산하기도 했다. ㄱ사장은 "요새는 나이든 손님 층에서도 개고기가 대세라고 말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개고기 수요가 줄어드는만큼 보신탕집도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앞으로는 그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어차피 놔둬도 점점 사라지는 게 보신탕집인데 동물단체가 저렇게 긁어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00마리 이상을 키우는 개 농장은 지난 2012년 1813호에서 2016년 1514호로 16.4% 줄었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한 ‘2018 황금개의 해 복날추모행동'에서 참여자들이 개 농장에서 폐사한 개 사체를 놓고 추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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