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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중앙은행의 '독립성' 지켜져야
2019-01-07 06:00:00 2019-01-07 06:00:00
 중앙은행은 한 나라의 화폐 발행과 통화량 조절 등 통화 정책의 중심을 이끄는 기관이다. 법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돼 있고, 중립성·자율성·자주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것은 훼손될 수 없는 중앙은행의 가치이자 본연의 임무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간섭하거나 선거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의 욕심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정상화에 나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해임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파월이 내린 결정이 눈곱만만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연준은 정말 실수하고 있다"는 등 과격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며 파월 의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 연준의 통화긴축 정책이 경기 호황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시아 경제대국 2위인 인도에서도 중앙은행 독립성 문제가 불거졌다. 우르지트 파텔 인도중앙은행 총재가 지난달 10일 전격 사임했는데, 그 배경에 정부 외압이 작용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지들은 일제히 올해 5월 총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모디 총리가 단기적인 경제 성과를 위해 중앙은행을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도 과거 아베 신조 총리가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중앙은행을 거듭 압박했다. 일본 정치권은 지난 2012년 정부가 정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중앙은행이 의무적으로 이행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은 멀리 남의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종종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금리 인상 문제를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금리 인상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해 불을 지폈다. 정부 당국이 주택가격의 급등 원인을 한은의 저금리 정책 탓으로 돌리며 한은에 금리 인상을 압박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수록 '통화정책의 정치화'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필수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의 최소한을 지켜내기 위해 고안한 안전장치다. 설립 근거 역시 정부조직법이 아닌 한국은행법이라는 특별법에 의거한 것도 행정 권력에 의해 좌우되지 말고, 독립적인 기관으로 남아달라는 뜻이 담겨있다. 그러니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지켜져야 한다.
 
박진아 정경부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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