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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외교 기밀유출 '강경화 책임론'에 "문제 파악이 우선"
외교부 대대적 쇄신할까…"어디까지 책임질지는 추후 문제"
2019-05-29 17:35:47 2019-05-29 17:35:47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29일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한미정상 통화 내용 유출' 파문으로 불거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 책임론에 대해 "일단은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외교부) 징계위에서 어느 정도까지 결정이 될지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그것이 결정되고 나면 추후에 궁리해야 될 사안이지 지금부터 그것들을 다 상정해놓고 결정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교부의 판단과 별도로 청와대가 강 장관과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 등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번 일로 강 장관을 교체하기보다 폐쇄적인 외교부를 일대 쇄신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비외무고시 출신'인 강 장관을 등용해 외교부 개혁을 꾀했지만, 부처 내부 소위 '성골'들의 조직적인 비토에 막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특히 일부 보수언론 등을 통한 '익명의 외교소식통'들이 통일·외교·안보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을 흘리며 정부를 흔든 것 역시 그러한 '조직적 비토'였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바로 이번 외교기밀 유출사건이라는 평가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고, 철저한 점검과 보안 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며 "각 부처와 공직자들도 복무 자세를 새롭게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 주기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지난 7월 리비아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315일 만에 풀려난 한국인 주 모 씨의 딸이 보내온 감사편지를 SNS에 공개한 것 역시 외교부에 보내는 격려이자 경고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아버지의 무사귀환을 위해 수고해주신 외교부 공직자들에 대한 감사인사도 담겨 있다"며 "이분들께 큰 격려와 위로가 될 것 같아 본인의 양해를 받아 편지를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오후 북유럽 순방 일정 업무 보고를 위해 청와대를 찾은 강경화 장관과 외교부 직원들에게 감사편지를 직접 읽어줬다. 이는 험지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노력한 외무공무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동시에 진정한 외무공무원의 길이 무엇인지 외교부 직원들의 각성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9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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