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이른바 국내 빅5 병원의 중추이자 국립대병원의 핵심으로, 대한민국 보건의료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서울대병원. 서울의대라는 막강한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이 기관은 임상 및 연구 분야에 있어 명실공히 글로벌 선도병원으로 손꼽힙니다. 동시에 엘리트주의에 의한 서열화, 과거 일부 의사들의 정·재계와의 유착과 그로 인한 논란 등 병원을 둘러싼 명암도 선명합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재명 정부가 임명한 백남종 병원장은 ‘국민의 병원’을 내걸고 이른바 ‘지필공(지역·필요·공공 의료)’ 위기를 맞아 병원의 역할을 강조해 눈길을 끕니다.
“과거 분당서울대병원은 디지털 등 혁신을, 보라매병원은 공공의료라는 두 축이 본원의 좌우 날개였다면 이를 결합한 배곧서울대병원의 미래의료가 완성될 시 본원을 둘러싼 삼박자의 병원 전략이 완성된다.” 한 서울대병원 고위직의 귀띔입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백남종 병원장 취임을 맞아 마련된 기자간담회는 행사 시작 전부터 취재진으로 북적였습니다. 서울대병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차관급 인사입니다. 신임 서울대병원장이 ‘서울대병원그룹’ 소속 각 병원의 장을 새로 임명하면서 꾸려진 신임 지도부가 처음 언론과 만나는 자리. 앞으로의 병원 방향성을 엿볼 수 있어 높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백남종 서울대병원장이 15일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병원 운영의 공공성 강화 및 혁신을 강조했다. (사진=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그룹 소속 병원별 특성화 전략은 이렇습니다. △본원, 국가 필수 의료 콘트롤타워 및 정책 싱크탱크·최고난도 중증치료 △분당서울대병원, 디지털·고령 및 만성 커넥티브 케어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 위탁 운영), 공공의료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예방의학 △배곧서울대병원, 스마트 재활 △국립교통재활병원, 재활 △국립소방병원, 재난 및 외상 △기장중입자치료센터, 난치성 암치료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KSH, 서울대병원 위탁 운영) 등. 이날 백남종 병원장이 밝힌 병원 운영의 5대 기본원칙 중 ‘국가 책임 의료’와 ‘미래 혁신’은 병원 운영의 핵심으로 보입니다.
공공성, 혁신이란 의료의 두 마리 토끼
백남종 병원장은 국가 필수 의료에 대해 국가 중앙병원을 자처하며 그 ‘완결적 책임’의 소임이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민간(병원)이 기피하는 초고난도 질환을 끝까지 책임지겠다”, “중증 희귀질환의 극복을 전담하겠다”, “지필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 “수도권 환자 쏠림과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겠다” 등 관련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재 병원별로 진행 중인 공공성 관련 사업은 △본원, 희귀난치 질환 역할 어린이병원 리모델링 △분당서울대병원, 수도권 감염병 전문병원(2032년 개원 목표) △서울시보라매병원, 안심호흡기전문센터(2028년 말 준공 목표) △국립교통재활병원, 주간재활관 개원 통한 의료 취약 지역 외래 연계 △국립소방병원, 소방관 대상 특성화 진료 및 충북 지역 공공병원 역할 등이 대표적입니다.
내년 말 개원 예정인 서울대병원 주관 기장중입자치료센터는 희귀 난치 암 환자 치료를 목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지난 2023년부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가 운영 중이고, 2031년 국내 최대 규모로 서울아산병원에도 중입자치료시설이 개소할 예정인 상황. 기장 센터는 환자 유입에 한계가 있는 지역에 위치해 있고, 규모도 다른 2곳과 비교해 작아 감당할 수 있는 환자 수도 제한적입니다. 백남종 병원장은 “한계는 분명하지만 극복하도록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연구 역할을 많이 넣고 수도권 환자보다는 남쪽 지역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왼쪽부터) 질의응답 진행 중인 윤영호 강남센터 원장, 전영태 분당서울대병원장, 백남종 서울대병원장, 김용진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 송경준 서울시보라매병원장. (사진=서울대병원)
아울러 혁신 관련 사업은 본원의 경우, 인공지능(AI) 플랫폼 ‘스누하이’를 비롯해, 첨단 바이오 의약품 제조소 확장과 60억원 규모의 딥테크 바이오 창업 펀드 등이 거론됩니다. 강남센터에서는 건강검진 코호트와 AI를 결합한 예방의학을 선보이기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재 지필공을 비롯해 응급실 미지정 등 우리 보건의료는 여러 도전적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의대 정원 증원의 여파로 장기간 이어진 전공의 이탈에 따른 여파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소속 병원들에도 끝내 미복귀한 전공의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의료에서 상징성을 갖는 서울대병원이 ‘국립대병원의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국가 필수의료를 완결하고, 지능형 연결 의료로 미래를 선도하겠다. 국가 보건의료 난제를 앞장서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백 병원장의 약속. 이것이 말로 끝나지 않고, 현재 우리가 처한 의료의 위기를 타개할 물꼬를 틀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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