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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삼성, 투자로 ‘미래경쟁력’ 확보 나선다
올해 시설투자에 29조 투자 계획…정부 4차산업 육성 기조와 맞물려
2019-10-31 17:37:27 2019-10-31 17:37:27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다음달 1일 50주년 창립기념일을 맞는 삼성전자가 올해 대규모 시설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창사 50돌을 맞이했지만 삼성전자의 표정은 밝지 않다. 반도체 업황 악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나는 등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시작되고 대외여건도 미중 무역분쟁으로 녹록치 않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로 위기에서 벗어나 미래 산업을 주도해나가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에 29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아울러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 사업 분야와 인공지능(AI), 5G 등 미래 성장사업에 대한 중장기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3분기까지 16조8000억원의 투자가 집행됐고 4분기에는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메모리 인프라 투자 등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날 3분기 실적발표가 예정된 만큼 시설투자 방안은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7조7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8%나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1분기(9조9000억원) 이후 지난해 4분기까지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는 무려 17조57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1분기 6조2300억원, 2분기 6조6000억원 등 전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의 투자 방안은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반도체 활황 사이클이 끝나면서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업황은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한일 경제전쟁으로 인해 일본 정부가 핵심 소재의 수출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삼성전자는 핵심 부품의 국산화 및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이 부회장의 향후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한 ‘통 큰 투자’로도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정부의 4차산업 분야 육성, 일자리 창출 드라이브와 맞물려 탄력을 받는 분위기라는 점도 고려된다. 
 
이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9차례, 올해 들어서만 7차례 만남을 가졌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오는 2025년까지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에 13조1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직접 참석해 “정부는 삼성의 과감한 도전을 응원하며, 디스플레이 산업혁신으로 기업들의 노력에 함께 하겠다”면서 “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 혁신의 근간이며, 최근 출시된 ‘갤럭시 폴드’와 같은 획기적인 제품도 우리의 디스플레이 경쟁력이 없었다면 세상에 빛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열린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이 부회장은 “외부의 추격이 빨라질수록, 도전이 거세질수록 끊임없이 혁신하고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면서 “세계경기가 둔화되고 여러 불확실성으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흔들리지 않고 차세대 기술혁신과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7월 인도 스마트폰 공장, 올해 4월 화성 반도체 공장 등 세 차례다. 이 부회장의 과감한 투자 행보에 문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이전에도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4월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의 투자와 1만5000명의 고용 창출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제시했다. 올해 6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진행한 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도 이 부회장은 “지난해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 4만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관가와 재계 모두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에 대해 대한민국 경제 발전과 함께 성장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1969년, 종업원 36명, 자본금 3억3000만원의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로 시작한 뒤 수많은 난관을 이겨내며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고 있어서다.
 
실제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컬러TV를 생산하면서 생활가전 양산의 본궤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11월1일 창립 50주년을 맞이한다. 사진/뉴시스
 
1988년 삼성반도체통신과 합병하면서 제2의 창업선언과 함께 통합 삼성전자가 출범했다. 이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발전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 회장은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경영진을 소집하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면서 경영 혁신을 강조했다. 
 
1994년 ‘국민 휴대폰’으로 불리는 애니콜을 내놨고 2010년에는 스마트폰 갤럭시 S를 출시했다. 2013년 V낸드 세계 최초 개발, 2017년 QLED TV 출시 했고 올해 ‘반도체 비전 2030’을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시설투자 규모는 1998년 6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29조4000억원으로 확대됐고 브랜드가치는 2000년 52억달러로 43위에 그쳤지만 올해는 611억달러로 6위까지 올라섰다. 본사 기준 종업원수는 창사 첫 해 36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0만3100명으로 10만명을 넘겼다. 매출은 1998년 25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243조7000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에서 58조9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청년실업, 미세먼지, 교육 양극화, 미래기술 육성 지원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심화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전달해 국내 경제 활력 증대를 뒷받침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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