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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의 반란…콘텐츠 파워로 플랫폼 옥죄기
블랙아웃 초강수로 플랫폼과 맞짱…PP달래며 협상 지속하기도
2020-01-08 15:29:57 2020-01-08 15:29:57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주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콘텐츠 파워를 앞세워 시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매번 플랫폼사업자들과 힘의 논리에 밀려 협상력이 뒤처졌지만, 프로그램 송출 중단 등 강경 대응을 내세우며 작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여력이 어려운 PP는 아직 플랫폼과의 협상력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지만, 미디어 플랫폼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콘텐츠 파워를 가진 PP들을 중심으로 플랫폼 대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와 CJ ENM 간 방송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이 채널 블랙아웃(방송중단) 위기를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성사됐다.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CJ ENM은 자사 계열 14개 채널의 송출을 이날 0시부터 LG유플러스 인터넷(IP)TV에서 중단할 방침이었다. CJ ENM은 티비엔(tvN), 오씨엔(OCN), 엠넷(Mnet), 온스타일(Onstyle) 등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유료방송시장 채널계약 절차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라 플랫폼업체들은 매년 4분기 다음 해 프로그램 사용료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 그치다 보니 해를 넘기기는 부지기수다. 특히 이번 LG유플러스와 CJ ENM는 양사가 프로그램 사용료 등에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이 늦어졌다. 사용료를 올리지 않으려는 플랫폼 사업자와 시청률·시청점유율, 자체 콘텐츠 제작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프로그램 사용료가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콘텐츠 사업자가 서로 맞선 것이다. 블랙아웃 앞에서 결국 프로그램 사용료는 소폭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VOD 공급 중단은 있었지만 실시간 채널에 대한 블랙아웃이 예고된 것은 처음이다. 결국 콘텐츠 파워를 지닌 PP가 협상을 주도한 셈이다. 
 
LG유플러스 모델들이 IPTV 서비스 'U+tv'를 사용해보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프로그램 사용료 이슈는 아니지만, 콘텐츠를 내세운 플랫폼 사업자와의 줄다리기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JTBC는 지상파와 SK텔레콤이 만든 OTT 웨이브에서 자사 VOD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고지했다. 고지대로라면 웨이브 내 JTBC, JTBC2, JTBC룰루랄라에서 방영되는 모든 VOD 콘텐츠 서비스가 중단된다. 현재 JTBC는 CJ ENM과 OTT 통합지원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을 준비 중이다. 웨이브와 경쟁 구도가 본격화되면서 VOD 중지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협상의 주도력이 JTBC로 넘어간 상황이지만, 웨이브 측은 VOD 공급을 재개할 수 있도록 협의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과거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이 절대 강자였지만,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국 힘있는 PP들의 입김이 세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결과라고 말한다.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등 OTT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은 총성없는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 TV 중심이던 유료방송 시장이 모바일로까지 확대되면서 가입자 경쟁이 치열해진 까닭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및 독자 콘텐츠에 대한 경쟁력 제고가 요구되는 가운데 인기 콘텐츠를 방영하지 못하는 것은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 치명타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미디어 시장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며 "결국은 콘텐츠와 플랫폼 사업자의 공생을 통해 시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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