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장의 시선)쇄신에 역행하는 이재명식 통합
논란에 "정동영은 아니다" 수습…민정당 창당 주역 박창달 영입에 홍의락 "할 말이 없다"
2021-11-26 15:12:07 2021-11-26 22:23:16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구 민주계 인사들과 손을 잡는다. 명분은 '통합'이다. 다만 민주당과 선대위의 변화를 촉구, 3선 이상 중진들을 지역 현장에 하방시키는 동시에 재선들을 전진 배치시키는 일련의 쇄신 흐름과는 분명 배치돼 일대 파장이 예상된다. 
 
이 후보는 26일 광주·전남 민생 대장정을 소화하던 중 정대철·정동영·천정배 등 구 민주계 인사들에 대한 복당 요청과 관련해 "내년은 매우 중요한 대사가 있다. 진영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진영의 대통합이 필요하다"며 해당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구체적 세부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다"면서도 "열린민주당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구민주계라고 (배제)할 필요는 없고, 부패사범이나 파렴치범이 아니라면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가리지 말고,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따지지 말고 힘을 합치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전남 신안군 압해읍 전남 응급의료 전용헬기 계류장을 방문해 간담회 전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이들을 끌어들일 경우 당내 친노·친문과의 화학적 결합이 가능하느냐는 데 있다. 이중에서도 정동영 전 의원은 친노와 사실상 원수 지간이 된 지 오래다. 정동영 전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는 등 황태자로 군림했으나 임기 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도가 바닥을 치자 각을 세우며 등을 돌렸다. 열린우리당을 깨고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17대 대선에 나섰지만 26.14%의 득표를 얻는 데 그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48.67%)에게 참패했다. 역대 최다 득표차였다. 그 뒤에 다시 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전주에 출마해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등 통합과는 분명 다른 길을 걸었다. 
 
이재명 후보는 당시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을 이끌며 정동영 전 의원과 뜻을 같이 했다. 이런 전력에 더해 2007년 대선 경선과정에서의 앙금까지 겹치며 한때 친문과 극심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한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정동영은 절대 아니다"며 "우리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도 "후보가 대통합, 대사면을 말하면서 특정인물을 찍어서 안 된다고 못한 것일 뿐, 그 사람만은 절대 아니다"고 강변했다.  
 
지난 19일 국민의힘을 탈당한 박창달 전 의원을 선대위에 영입한 것을 놓고도 갈등이 격화될 조짐이다. 이 후보는 25일 박 전 의원과 만나 "성공적인 차기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뜻을 모았다. 그는 선대위에 합류해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 겸 대구·경북 미래발전위원장을 맡는다. 박 전 의원은 80년대 전두환씨를 정점으로 하는 민주정의당 창당 당시 대구·경북 사무처를 총괄한 창당의 주역이다. 17대 대선에는 이명박 후보의 특보단장과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거쳐 과거 보수진영의 관제데모로 유명했던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을 역임했다.
 
이에 대구에서 이 후보를 지원 중인 홍의락 전 의원은 "할 말이 없다"며 "남부권 경제대책위원장 자리도 반납하겠다"고 했다. 민정당과 전두환씨를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했던 이 후보가 TK 공략을 이유로 민정당 창당의 주역과 손을 맞잡은 것에 대한 강한 분노였다. 분명 쇄신에 역행하는 통합 행보다. 
 
정치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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