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부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대폭 완화해 1999년 이후 동결됐던 최고세율을 기존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공제액을 기존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올리기로 했습니다. 또 대기업 최대주주가 적용받던 20% 할증평가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 역시 폐지하며, 가상자산 과세는 2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기업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늘릴 경우 증가분의 5%를 법인세에서 세액공제 해주며, 올해부터 혼인신고한 부부에게는 최대 100만원의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결혼세액공제도 신설했습니다. 다만 당초 거론됐던 종합부동산세 완화는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담기지 않았습니다.
관건은 향후 국회 통과 여부입니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중산층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하지만, 상속세율 인하 등 상당수는 거대 야당이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됩니다. 특히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감세 기조에 방점이 찍힌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의 동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상속세 25년 만에 대수술…종부세 보류 "근본적 고민 필요"
정부는 2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세법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경제 역동성, 민생경제 회복, 조세체계 합리화, 납세자 친화적 환경을 4대 목표로 총 15개 법률(내국세 12개·관세 3개) 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14일 간의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우선 정부는 25년 만에 상속세 과세표준과 세율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습니다. 1999년 이후 동결됐던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10%포인트 인하하고, 과세표준상 최저세율(10%) 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또 상속세 자녀공제도 기존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상향해 중산층과 다자녀 가구의 세부담을 낮췄습니다.
아울러 당초 전망대로 금투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 과세는 오는 2027년까지 2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주주환원을 촉진해 기업의 '밸류업'을 지원한다는 차원인데요. 세액공제 대상은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 금액의 5% 초과 증가분입니다. 해당 연도 총 주주환원 금액의 1% 한도에서 증가분의 5%만큼 공제를 적용해 줍니다. 다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배주주 지분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제외됩니다. 최대 주주가 가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상속할 때 평가액의 20%를 가산하는 최대주주 할증평가도 폐지됩니다.
저출산 관련 세제혜택도 대폭 담았습니다. 정부는 혼인신고 시 인당 50만원, 최대 100만원 규모의 결혼세액공제를 신설하는 조특법 개정안을 마련했는데요. 올해 혼인신고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적용되며 생애 1회에 한정해 적용됩니다. 더불어 주택청약종합저축 세제지원도 대폭 확대하며 1세대 1주택 특례 적용기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담았습니다. 이 밖에 기업의 출산지원금 전액에 대한 근로소득세 비과세를 추진하며, 자녀세액공제금액을 각 10만원씩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당초 폐지까지 거론됐던 종부세는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등 완화로 가닥을 잡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적으로 이번 세법개정에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 등 부동산 시장 흐름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시장 자극 요소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부세는 전반적으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더 컸다"며 "근본적인 개편을 하려면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재산세와의 관계 등 이런 부분들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번 세법개정안엔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자감세' 논란에 거야 협상 관건
문제는 여소야대 지형 속 민주당의 동의 여부입니다. 세법개정안도 일반 법안처럼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인원 과반 찬성이 필요한데요. 국회 170석을 가진 민주당의 동의가 없으면 처리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현재 민주당은 정부의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 폐지 등을 놓고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강한데요. 상속세의 경우 감세 혜택이 일부 부유층에 집중된다는 점이 야당의 주장입니다.
실제 상속세는 최대 10억원까지 공제를 받는데, 지난해 과세 대상은 1만9000여명 수준입니다. 특히 최고세율 50%를 적용받는 '30억 초과' 구간에 속한 사람은 3000명 정도에 불과했는데요. 조세 수입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상위 5%'의 세금을 깎아주려는 것이 '부자 감세'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때문에 감세 정책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세법개정안을 놓고 여야의 대립이 예상되는데요. 이른바 '부자 감세' 탓에 세수 결손이 심화했다는 지적까지 뒤따르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다만 결혼세액공제 신설 등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제도는 무리 없이 국회를 통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 부총리는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부자감세'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렇지만 상속세가 25년 동안 고쳐지지 않았다. 단순히 부자들에 대해 감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상속세가 기업 승계와 우리 경제의 선순환이라는 측면에서 제약이 된다는 것을 (국회에) 잘 설명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상속세는 상위 5% 내외 자산가에게만 귀속되고 실질적으로 상위 1% 이하 초자산가에게 90% 이상의 세부담이 귀속되는 세금"이라며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에서 40%로 내려가면서 소득세 최고세율(49.5%)보다 더 낮아지게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 소득보다 상속 소득을 더 유리하게 과세하면 조세 중립성이 무너지고 경제 효율성도 낮아지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폐지도 시장에 존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무시해 실질과세원칙을 위배, 대부분 중소기업인 비상장 주식 평가에도 경영권 프리미엄(영업권)을 인식하는데 재벌 2세, 3세에만 시장 원리를 무시한 특혜를 줄 필요는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세법개정안' 사전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정훈 세제실장, 오른쪽은 박금철 조세총괄정책관.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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