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윤석열 탄핵'…시작은 '명태균 게이트'
명태균 게이트 의혹 직후 윤석열정권 균열
벼랑 끝 내몰린 윤석열, 끝내 '정치적 자해'
2024-12-26 06:00:00 2024-12-26 06:00:00
[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 난데없는 12·3 비상계엄. 헌정사상 초유의 친위 쿠데타. 정권 초부터 격노를 일삼은 대통령의 정치적 자해. 끝내 탄핵소추안 가결. 내란 피의자로 전락한 윤석열 씨의 민낯이 드러난 신호탄은 '명태균 게이트'였습니다. <뉴스토마토>의 지난 9월 5일 첫 보도를 시작으로, 윤석열정권이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민간인 명태균 씨를 고리로 '윤석열·김건희' 공천개입, 국민의힘 대선 경선 조작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지자, 정치적 궁지에 몰린 윤 씨는 비상계엄을 앞세워 자폭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윤 씨의 친위 쿠데타는 6시간 만에 막을 내렸지만, 윤석열발 내란은 현재 진형형입니다. <뉴스토마토>는 갑진년 끝자락에 권력을 향한 탐욕을 드러냈던 '명태균 게이트'의 1막을 정리합니다.
 
 
 
명태균 게이트의 서막
 
"2024년 4월10일 총선 때 김건희의 텔레그램을 받은 국민의힘 모 중진 의원이 있다. 그 내용은 지역구를 이동하라는 것이었고, 나도 해당 텔레그램을 봤다"  8월23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뉴스토마토>와 저녁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그 한마디 말에서, 명태균 게이트는 시작했습니다. 천 의원은 더 이상의 자세한 사항을 말하진 않았지만, 취재는 곧장 시작됐습니다. 천 의원 말이 사실이라면, 민간인 김 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중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입니다.
 
8월30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김 씨에게 텔레그램을 받은 모 의원이 김영선 전 의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줬습니다. 더해 김건희 공천개입 폭로와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을 맞바꾸자는 거래 시도가 있었던 '칠불사 회동'에 대한 내용을 털어놨습니다. 그 자리에 명태균 씨도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말했습니다. 그러자 천 의원 또한 이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9월5일 보도됐던 기사가 '(단독)"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 개입"'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이 기사의 타이틀이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 반응은 "결과적으로도 공천이 안 됐는데 무슨 공천 개입이냐"는 것이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9월12일 명태균 게이트 핵심 증인 강혜경 씨를 만난 뒤, 기사의 타이틀을 '명태균 게이트'로 바꿨습니다. 사실상 명 씨가 대통령 내외의 친분을 등에 업고 막후에서 막대한 권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강 씨로부터 명 씨 음성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을 다수 확보했고, 9월19일 <"대통령과 여사에게 전화했다. 내일 김영선 발표">와 <"2월29일 칠불사 회동…김건희 공천 개입 폭로 논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명태균 게이트 서막을 알린 기사였습니다. 핵심은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에 명 씨가 영부인에게 김 전 의원 경남 창원의창 공천을 부탁했고, 그것이 성사됐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실패한 공천엔 공천 개입은 성사되지 않는다'던 대통령실은 침묵했습니다. 10월30일 민주당이 공개한 "김영선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대통령의 육성, 최근 보도된 "걱정하지 마세요. 잘 될 거예요"라는 영부인의 통화 내용 등으로 윤석열·김건희의 공천 개입은 사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의 무기가 된 여론조사 
 
보도를 시작했던 초반, 아이러니하게도 명 씨의 신뢰성을 입증해야 했습니다. "여사하고 대통령한테 다 까발리겠다고 그랬다"고 대통령 내외를 협박했다는 등 허무맹랑할 정도의 명 씨 주장이 통화 녹음파일에 담겨 있었습니다. 명 씨의 말이 사실인지, 그가 '까발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취재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명 씨는 여론조사를 무기로, 정치인과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그가 실질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라는 지역의 여론조사 업체가 기반이 됐습니다. 업체의 명의상 대표이사는 김태열 소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시는 명 씨가, 업무는 강 씨가 하는 형태로 운영된 겁니다. 
 
명 씨는 특히 비공표 여론조사를 의뢰 없이 실시해 결과치를 정치인에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친분을 맺어왔던 걸로 보입니다. 검찰총장이던 윤 씨에게 접근한 방식도 같았습니다. 2021년 초, 명 씨는 김 전 의원 소개로 윤 씨를 만나 대선에 나가라고 조언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후 윤 씨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고, 대선 기간 지속적으로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를 윤 씨에게 보고했던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2년 5월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통령 집무실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9월26일 단독 보도한 <"김영선, 윤 대통령에게 명태균 소개…여론조사 결과 보고"> 기사에선 명 씨가 강 씨에게 "맨날 윤석열이한테 보고 해줘야 돼"라며 여론조사 보고서 작성을 독촉하는 통화 내용이 등장합니다. 사실상 명 씨의 지시로 대선 기간 미래한국연구소가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을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는 공표·비공표 포함 총 81차례였습니다. 들어간 비용만 3억 7520만원이었습니다. 명 씨의 여론조사 보고서를 윤석열 대선 캠프 관계는 활용했다는 증언도 나왔지만,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았습니다. 명 씨가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윤 씨 내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선 승리 이후 '김영선 공천'이 그 대가라는 검찰의 의심도 여기에서 파생됐습니다.
 
윤 씨가 명 씨를 믿고 선거에 중용할 수 있었던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도 있습니다. 명 씨는 대선 전 굵직한 선거에서 '실적'을 쌓으며 '트로피'를 획득해왔습니다. 김영선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 공천, 오세훈 서울시장 2021년 4·7 재보궐선거 당선,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 등에 관여해 성공적인 결과를 냈습니다.
 
독이 된 커넥션...여권 정치인들의 수난
 
명태균 게이트는 단순 윤석열·김건희 공천개입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여권 유력 정치인이 명 씨와 유착된 사실이 점점 드러났습니다. 강혜경 씨가 국회에 제출한 명단만 27명입니다. 여기엔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한홍 의원, 여권의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나경원·안철수·이준석 의원, 6·1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자 최근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윤상현 의원 등이 포함됐습니다. 다들 명 씨의 도움을 받았다는 인물들입니다.
 
이들은 명 씨의 도움을 직·간접적으로 받은 걸로 보입니다. 명 씨가 이들은 도운 대표적인 방법은 여론조작입니다. 명 씨는 여론조사를 조작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드는 일을 해왔습니다. 이는 <뉴스토마토> 10월15일 단독 보도한 <"윤석열이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해주이소">에서 최초 문제 제기됐습니다. 비공표 여론조사였지만, 해당 결과치는 카카오톡 등 여러 메신저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돼 여론에 영향을 준 걸로 보입니다. 강 씨는 "명태균 지시를 받아 내가 조작한 게 맞다"고 고백했습니다. 강 씨 또한 자신이 조작한 결과치를 '지라시' 형태로 받아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10월15일 보도를 기점으로 대부분의 언론사가 명태균 게이트 취재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후 명 씨가 4·7 재보궐 서울시장 선거, 20대 대선 등 여러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김건희 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공천을 받아준 사례도 있습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박완수 경남도지사 등이 대표적입니다. 2022년 6·1 지방선거 국민의힘 공천에서 컷오프됐던 김 지사는 명 씨의 도움으로 영부인을 찾아 충성맹세를 했습니다. 이후 윤 씨는 당시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선을 지시했고, 김 지사는 현재 강원지사 자리에 있습니다. 박 지사는 공천 전, 명 씨를 통해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대통령 대외 자택을 찾아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결국 오랜 기간 경남지사를 꿈꿔오며 출마를 선언했던 윤핵관 윤한홍 의원은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경남지사 선거, 박 지사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나오지 않은 무주공산에서 당선됐습니다.
 
명 씨의 도움을 받았던 정치인들은 현재 그와의 관계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입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의 대부로 평가됐던 김 전 위원장은 명 씨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은 인물로 꼽힙니다. 새벽 6시면 모닝콜처럼 명씨에게 전화를 해 정치적 견해를 물어왔다는 겁니다. 김 전 위원장은 10월21일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명 씨를 "미친놈"이라고 지칭하며 "그놈이 순전히 나를 팔아먹는 것"이라고 명 씨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 씨가 4·7 재보궐 서울시장 선거 당시 여론조사 보고서를 김 전 위원장에게 보냈고 그것을 받아 본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명 씨와 연관된 정치인들이 명 씨를 '사기꾼'이라며 등을 돌리고 있지만, 그 관계성을 밝히는 보도가 속속 나오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여권에선 벌써부터 누구로 다음 대선을 치르느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봉인해제 된 황금폰
 
<뉴스토마토>가 가장 주목한 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조작 의혹이었습니다. 11월6일 <명태균, 당원 지지성향 분석…"경선 조작 의심"> 단독 기사에서 명 씨가 국민의힘 당원명부로 비공표 여론조사를 3회 실시(2021년 10월19·21·28일)했고, 당원 1만1495명의 성향을 파악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당시 작성된 '당원 성향 분석표'는 당대표였던 이준석 의원과 2차 당원투표(ARS)를 담당했던 여론조사 업체 여의도리서치에 전달됐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후보 바꿔치기'를 위한 '조작'을 의심할 수 있는 분명한 정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직에 있는 윤 씨의 정통성이 부인되는 심대한 사안인 겁니다.
 
명태균 씨가 창원지검에 출석하고 있다.(이미지=뉴시스)
 
그 답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 씨의 휴대전화에 담겨 있을 걸로 보입니다. 명 씨는 12월3일 옥중에서 특검을 요청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이는 자신이 아는 모든 걸 내놓겠다는 메시지와 다름없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밤 10시27분 윤 씨는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12·3 친위쿠데타가 일단락된 뒤인 12월12일, 명 씨는 '황금폰'을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이후 나온 <중앙일보> 보도에선 주목할 만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명 씨는 2021년 10월21일 텔레그램으로 윤 씨에게 "국민의힘 당내경선 책임당원 5044명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비공표 조사여서 보안 유지 부탁드립니다. 이재명을 선택한 응답자는 이중당적자로 추정됩니다"라며 PDF 파일로 된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를 보냅니다. 윤 씨는 "(이중당적자가 나중에) 홍준표한테 가는 거 아냐?"라고 답합니다. 이는 윤 씨가 대선 경선 조작 의혹과 관련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내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황금폰엔 명 씨가 윤석열·김건희 내외뿐 아니라 여권 유력 정치인들과 나눈 대화들이 담겨 있을 걸로 추정됩니다. 황금폰에 여권의 정치적 생명이 달린 것과 마찬가지인 형국입니다. 여권에서 12·3 친위쿠데타를 옹호하고 윤 씨에게 대통령 권한을 다시 부여하려는 이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명태균 게이트의 판도라 상자는 아직 열리지도 않았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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