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은행권 '상생금융 시즌2' 막이 올랐습니다. 은행들은 지난해 말 2조원 규모의 이자 환급 프로그램을 내놓은 바 있는데요. 이번에 내놓은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최소 3년 간 2조원 규모의 금액을 추가로 출연해야 합니다. 앞으로 이 같은 사회 환원 압박이 정례적이고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3년간 2조원대 고정비 지출
(그래픽=뉴스토마토)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최근 소득이나 신용도가 낮아 대출을 연체할 우려가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내놓았는데요. 금융당국의 민생금융 압박에 마련한 이번 지원 방안을 이행하기 위해 국내 은행들은 매년 6000억~7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정부 압박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 비용이 매년 고정적으로 추가되는 점입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2조원 규모 '상생금융 시즌1'을 추진할 당시만 해도 소상공인 지원이 '일회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회성 지원인 만큼 금융회사의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는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최소 3년간 매년 고정비용 6000억~7000억원이 발생하는 소상공인 지원을 강제하면서 정부에 의한 민간은행의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실상 은행권에 '횡재세'가 도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는 상생금융 '정례화'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지원 방안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돕기 위한 자발적 조치로 정례화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배치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 은행의 비용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소상공인의 정상적인 채무 상환을 지원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은행 건전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은행권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상생금융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역대급 실적에도 눈치만
4대 금융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총 16조9245억원으로, 지난해 15조1367억원보다 11.8%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회사의 순이익 총액이 17조원에 다가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022년 고금리 상황에서 거둔 사상 최대 실적(15조6503억원)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이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예대금리차가 커진 덕분입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지난 7월 0.43%포인트에서 10월 1.04%포인트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올 하반기 들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 은행들이 가산 금리 등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인상한 여파로 풀이됩니다.
이미 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압박은 시작됐습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가산금리 산정 세부내역을 공시하도록 하는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자율 영역에 맡겨 은행들이 알아서 정하는 가산금리 책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야당에서 횡재세를 발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금융사의 순이자이익이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넘을 시 초과 금액의 최대 40%까지 기여금으로 징수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올해 22대 총선 전후 횡재세 재추진을 움직임을 보였는데 민주당이 횡재세 법안을 다시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은행권의 사회공헌 규모는 지금도 작지 않습니다. 은행권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21조3000억원) 대비 사회공헌액(1조6000억원) 비중은 7.5%로 전년 6.5% 대비 1.0%포인트 늘었습니다. 2019년 9.2%, 2020년 8.6%, 2021년 6.9% 순으로 낮아지다가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해외 주요 은행의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액 비중이 1~2% 내외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상당한 비용을 사회공헌에 투입하고 있는 셈입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두 차례에 걸쳐 조 단위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은 것도 '횡재세 도입'만큼은 막자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정 운영의 주도권이 횡재세 도입을 주장한 야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 사회공헌 압박이 더 커지면 커지지 작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권은 이자장사 비난과 그에 따른 사회공헌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은행 ATM 지점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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