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보험 비교·추천서비스가 출범한지 8개월이 지났지만 보험사와 핀테크사 간 수수료율 협의는 답보 상태입니다. 보험사들의 플랫폼 참여를 머뭇거리게 하는 수수료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없이는 활성화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비스 8개월 간 67만명 이용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플랫폼에서는 자동차·용종·펫·여행자·저축보험 등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는데요. 보험 비교·추천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7개월 동안 자동차·여행자·펫·용종·저축보험 등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이용자는 약 67만명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실제 계약은 6만2000여건으로 이용자 대비 가입 건수는 1%도 되지 않습니다.
비교·추천 서비스는 올해 1월 자동차보험으로 시작될 당시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습니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가격 비교가 쉬운 비교·추천 서비스가 등장하면 중소형 보험사들의 약진도 기대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플랫폼 이용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서비스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플랫폼을 통한 자동차보험 계약 건수는 6100건에 불과했습니다.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등록대수가 2500만대를 넘었고, 자동차보험료도 21조원을 넘어선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입니다.
문제는 보험 계약으로 발생하는 수수료가 금융소비자의 부담으로 넘어가는 점이었습니다. 일부 보험사들이 토스·
카카오페이(377300)·네이버페이 등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사에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이유로 자체 채널보다 보험료를 높게 책정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보험료는 보험사 자체 다이렉트 채널에서 가입하는 것보다 플랫폼이 약 3%포인트가량 높았습니다.
그러나 보험사 입장에서는 핀테크사가 수수료율을 조정하지 않으면 그만큼의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플랫폼을 통한 자동차보험 가입 수수료가 금융소비자들에게 전가되면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활성화는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수수료율 문제는 여행자보험 비교·추천서비스에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당시 네이버페이가 보험사들의 입점 조건으로 보험료의 9%를 수수료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비교·추천서비스가 시행된지 8개월이 지났지만 보험사와 핀테크사 간 수수료 문제는 논의가 필요한 문제다. 사진은 네이버페이 자동차보험 비교·추천서비스 화면. (사진=네이버 캡처)
높은 수수료 탓 보험사 참여 저조
지난 7월 출시된 펫보험 비교·추천서비스의 경우는 수수료율 등의 문제로 출시가 지연되면서 문제점이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펫보험은 가입률이 아직 2%정도로 높지 않은 시장인데다, 자동차보험 때처럼 수수료를 소비자가 부담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펫보험 비교·추천서비스는 금융당국이 보험사와 핀테크사들과 협의를 진행할 때부터 우려가 많았습니다.
또한 펫보험을 다루는 손보사들이 장기보험과 일반보험을 따로 비교하는 시스템을 만들지, 플랫폼에서 다루는 보험 종류를 일원화할 것인지를 두고 이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수수료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펫보험 비교·추천서비스는 당초 출시 예정이었던 5월에서 7월로 2개월이나 미뤄졌습니다.
그러나 지난 7월 19일 카카오페이에서 시작한 펫보험 비교·추천서비스는 펫보험 시장점유율 1위인 메리츠화재와 2위인
DB손해보험(005830)이 입점하지 않으며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가입 건수는 출시 2주만에 100건을 간신이 넘겼습니다. 지난달 DB손해보험이 입점했고, 메리츠화재도 입점을 앞두고 있지만 수수료율 문제는 여전히 논의돼야 할 사안입니다.
네이버페이도 연내 펫보험 비교·추천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손보사들의 참여 여부는 수수료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초 보험사들은 핀테크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문제로 참여를 주저했고, 그러다 보니 플랫폼은 상품 다양성을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성공이 담보되지 않은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또다시 머뭇거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결국 보험 비교·추천서비스 흥행의 핵심이 수수료율 인하로 지목되면서 금융당국도 조율에 나섰습니다. 금융위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보험 비교·추천서비스의 유용성을 테스트하는 기회라고 강조해왔습니다.
최근 금융위는 보험사와 핀테크사 임원들을 소집해 보험 비교·추천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수수료를 기존 3% 수준에서 1% 중반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보험업권 간담회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가입하는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부터 보험료 체계 등 현황을 전면 재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며 보험업계의 협조를 강조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은 이미 자사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고객을 많이 확보한 대형사에게는 추가적인 마케팅 요소이지만 이제 막 진입한 소형사는 점유율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어 보험사마다 사정이 다르다"라며 "판매 채널이 더 늘어날 수 있어 보험사들도 긍정적이지만 앞으로 상품이 더 다양화할 것에 대비해 수수료율 조정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위는 보험 비교·추천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보험사와 핀테크사 임원들을 소집해 논의를 진행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내 금융위원회.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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