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보험센터' 사칭해 개인정보 탈취
유선상 무료 보험점검 해준다며 접근해 보험사에 정보넘겨…'소비자 주의'
2021-07-13 06:00:00 2021-07-13 06:00:00
 
[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A씨는 어느날 무료로 보험을 점검해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그동안 고객이 모르고 있던 환급금을 찾아준다고 연령과 지역을 물어봤다. 공식 기관인 듯 하지만 생소한 명칭에 A씨는 관련 서비스를 받아야 할지 말지 고민 중이다.
 
전화로 보험 점검을 권유하는 사칭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정식 기관이 아닐뿐더러 법인보험대리점(GA) 보험영업에 활용하기 위한 고객 정보 확보 목적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점검센터'라는 명칭으로 전화를 건 뒤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발신자는 해당 기관에 대해 묻는 소비자에겐 "국내 30개 이상 보험사가 가입돼 있는 종합보험사 GA 소속"이라면서 "보험에 가입하라는 게 아니라 매달 내고 있는 보험료를 20~30% 절감을 받으면서 그동안 못 찾았던 환급금을 찾아주는 무료 점검 서비스"라고 설명한다. 이어 "모든 분들에게는 해 줄 수 없는 서비스"라면서 "64세 이하의 고객에게만 우선권을 준다. 접수가 되면 3일 내에 해당 지역의 전문가에게 연락이 올 것"이라고 덧붙인다.
 
문제는 이 같은 행태가 사칭영업이라는 점이다. 소위 '있어 보이는 이름'을 내세워 보험 소비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GA설계사들에게 연계해 영업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보험점검센터라는 곳은 없다"면서 "고객 DB를 활용해 무작위로 연락한 후 해당 고객이 컨설팅에 동의를 하면 이를 여러 GA에 넘기는 일종의 중간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 등 공식 기관은 물론 피플라이프, 지에이코리아 등 대형 GA이름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 GA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한편 민·형사 고소까지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칭영업은 발신전용번호로 연락이 오기 때문에 다시 전화를 걸어 업체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영업 대상으로 선정되는 정보는 주로 '개인정보 제3자 제공·마케팅 동의' 등을 통해 수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사칭영업 업체를 DB공급업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부 GA 설계사들이 이같은 DB공급업체를 통한 고급 DB를 구입해 영업에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칭영업은 승환 계약의 위험도 높다. 승환계약이란 기존 고객의 계약을 해약한 뒤 새로운 보험계약으로 다시 가입시키는 것을 말한다. 사칭 영업 본래의 목적이 고객 유치인 만큼 보험 점검을 빌미로 새로운 상품 가입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보험은 일반적으로 초기에 떼 가는 사업비가 많기 때문에 중도 해지 후 재가입 할 경우 고객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사칭 전화로 결국 보험 상담까지 연결됐다고 하더라도 컨설팅에 나서는 설계사의 역량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한 쪽 말에 혹해 섣불리 보험에 가입하지 않도록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화로 보험 점검을 권유하는 사칭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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