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10여년 간 금융투자업계 숙원과제였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외환시장을 개선하겠다고 했으며 공매도를 재개하는 등 기존에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됐던 것들을 해결해나가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다만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정말 코스피가 4000까지 갈 수 있을지를 두고는 최근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MSCI 선진지수 편입 이후 현실적인 기대 효과와 남은 과제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코스피 4000' 등 장밋빛 전망에 힘입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 편입 효과에 대한 기관별 추정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사례를 봐도 지수가 눈에 띄게 오르거나 패시브 자금이 유의미하게 유입됐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에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다 현실적인 기대 효과를 토대로 MSCI 선진 지수 편입 작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SCI 선진지수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 전망은 '547억달러 편입'부터 '150억달러 유출'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MSCI 지수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사가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로, 세계 각국을 선진국과 신흥국, 프런티어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은 그 중 신흥국으로 분류돼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작년 5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가 선진 지수로 편입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159억달러(약 19조)에서 최대 547억달러(약 65조5000억원)까지 새로 들어올 거라고 추정했다. 최근 골드만삭스 또한 지수 편입 시 해외자금이 440억달러 넘게 유입되며 2년 내 코스피가 최대 4500선에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오히려 약 150달러(약 18조원)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선진지수보다 신흥국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뱀의 머리'에 있는 것이 '용의 꼬리'에 있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단 것이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MSCI 신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인데, 선진지수에 차지하면 1.57~5.28%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에 따라 신흥시장 추종 패시브 자금 약 440억달러가 빠져나가고, 선진시장 패시브 자금 290억달러가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신한금융투자가 140억달러, 한화투자증권이 28억달러 순유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는 등 증권가에서는 자금 유출 전망에 무게를 뒀다.
과거 사례를 봐도 단기적 효과를 입증하긴 어려워 보인다. 박은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0년 이스라엘 역시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때 오히려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하락했다고 예시를 들었다. 신흥국 ETF에서 이스라엘은 ETF 내 국가 비중이 2.8~3.6% 수준을 유지했지만, 선진 ETF에 편입될 때는 0.8%~0.9%로 감소하면서 오히려 패시브 자금이 빠졌기 때문으로 유추했다.
한국 증시에서도 선례를 찾을 수 있다. MSCI와 함께 양대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글로벌 지수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된 지난 2009년 9월, 국내 증시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2007년 하반기 코스피는 2000선을 간신히 넘겼는데, 2009년 FTSE 지수 편입 이후에도 전고점인 2000선을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1년이 더 걸렸으며, '2000 박스권'은 2017년까지 지속됐다.
FTSE 선진지수 편입 직전, 자본시장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극적인 자금 유입이나 지수 상승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냈다. 다만 국내증시의 체질 강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금의 질적·양적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 정도를 기대 효과로 꼽았다.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자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 효과는 추정 오차 범위가 크고 실익이 미미하다. 다만 선지국시장 자금과 연결되며 주식시장 변동성이 줄어들고 중국 영향력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는 의견이 일치하는 편이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MSCI 선진지수 편입시 추가 유입 규모 전망치는 오차 범위가 매우 크다"며 "현실적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다른 국가들의 신흥지수 편입에 따른 비중 축소 여파를 경험할 리스크가 적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 중국 등이 신흥국에 편입될 때 한국 비중이 감소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이 1990~2019년 MSCI 선진국 지수와 신흥국 지수의 변동성을 따져본 결과, 실제로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60% 가량 높았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MSCI 선진지수 이동에 따른 단기 패시브 효과는 선진 내 한국 비중 하락과 글로벌 연기금 자금 유입, 리밸런싱 시차 등을 모두 고려하면 중립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대외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패시금 자금 이탈 및 환율, 지수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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