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세계 최고 휴양지이자 인구 2억7000만명을 보유한 세계 4위 인구대국 인도네시아 1만8000개의 섬 중 하나인 발리. 초록색 옷을 입고 헬멧을 착용한 오토바이 운전기사들이 빠르게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차량 반, 오토바이 반으로 갈린 도로 위는 요란한 경적소리까지 더해지며 부산한 모습이다.
초록색 유니폼 등판에는 'Gojek(고젝)', 'Grab(그랩)' 표시가 써있다. 해당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은 손님을 태우기도 하고, 때론 음식을 배달하기도 한다. 두 회사는 스타트업에서 유니콘으로 성장한 기업들로, 동남아시아 내에서 투톱에 드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운영 중이다. 승용차, 오토바이 승차 공유를 주된 서비스로 펼쳐온 이 회사들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온라인쇼핑, 음식배달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 부근 식당 앞을 지나니 고푸드와 그랩푸드 간판이 보인다. (사진=이선율기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고젝(Gozek)조끼를 입은 고푸드 배달 직원이 도로위를 지나는 모습. (사진=이선율기자)
특히 고젝과 그랩은 별도의 음식배달 서비스인 'GoFood(고푸드)'와 'GrabFood(그랩푸드)'앱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요즘은 음식배달 서비스가 더 활발히 이용돼 본업보다 더 사업 규모가 커졌다는 후문도 들린다.
빨간색 고푸드 간판과 초록색 그랩푸드 간판이 길을 지날 때마다 종종 시야에 들어온다. 해당 간판이 있는 곳은 배달주문이 가능한 식당이다. 두 회사 모두를 이용하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한곳만 지원하는 식당도 상당히 많았다. 피자가게에서 근무하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한 직원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때부터 배달 주문이 활발해졌다"면서 "인도네시아에선 고푸드를 좀 더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배달 가격이 저렴한 편인 데다 편리해 현재까지 주문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코로나 19 이전에는 앱에서 오토바이, 차량 서비스를 많이 이용했는데, 요즘은 음식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한다"고 부연했다.
고푸드 앱을 구동하면 뜨는 방탄소년단 광고 팝업 화면.
고푸드 앱을 통해 주문을 해봤다. 음식가격 25000루피아(한화 2302원)에 0.8km거리의 배달료 10000루피아(921원), 서비스와 기타 요금 3000루피아(276원)이 책정돼 총 3만8000루피아(3499원)이 총 내야할 요금으로 책정됐다.(사진=이선율기자)
그랩앱으로 주문한 화면 캡처. 음식값이 2만6000루피아(한화 2394원)에 프로모션된 배달료 4000루피아(368원), 기타 비용 3000루피아(276원)이 들어, 총 3만3000루피아(3039원)가 책정됐다. (사진=이선율기자)
실제 그랩과 고푸드 앱을 다운로드해 음식 주문을 시도해봤다. 고푸드의 경우 월드스타 BTS(방탄소년단)을 홍보모델로 발탁해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랩푸드 역시 첫 가입 프로모션 혜택, 배달료 파격 할인 등을 내걸며 이용자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국내와 다르게 인도네시아는 반경 3km 너머까지도 넓게 음식배달 서비스가 지원되고 있었다. 호텔에서 0.8km 거리인 식당에 저녁을 주문해봤다. 배달료는 거리에 따라 계산된다. 주문한 곳은 오토바이로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로, 가격은 고푸드나 그랩푸드나 비슷했다.
그랩 푸드의 경우 중개이용료 및 부대비용은 3000루피아로 명시됐다. 고푸드에서 비슷한 주문을 했을 경우 중개이용료 및 부대비용은 3000루피아(한화 276원)로 그랩 푸드와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이날은 배달료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다. 고푸드의 경우 배달료가 10000루피아(한화 921원)였는데, 그랩 푸드에선 주말 배달 프로모션을 붙여 절반 이상 할인된 4000루피아(한화 368원)를 제시했다. 고푸드의 성장을 의식한 그랩푸드가 좀더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밖에 한국 배달 앱들과의 차이점도 눈에 띈다. 한국 앱의 경우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에 대해 배달료 혹은 배달팁이라는 이름으로 표시될 뿐이어서, 앱을 통한 주문 배달시 중개이용료나 별도 부대비용 등 상세 내역이 얼마인지 소비자는 알 수 없다. 일부 한국 앱의 경우엔 아예 메뉴 자체에 배달비를 녹여서 팔기도 해 배달료가 0원으로 표시되는 경우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간편결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또 활발하게 이용되는 편이다. 고푸드는 고페이, 그랩푸드는 OVO(오보)를 주로 지원하는데 연계된 페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캐시백과 포인트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 국내 배달앱 기업은 없고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모회사 DH(딜리버리히어로)가 '푸드판다'라는 상호로 배달앱서비스를 펼치고 있는데 고푸드, 그랩푸드 대비 인지도가 부족한 상태다. 실제 현지에서 푸드판다 앱을 다운로드하고 주문을 시도했으나 지도 화면에서 "서비스가 지원되는 지역이 아닙니다", "알려지지 않은 에러가 나타났다" 등의 메시지가 뜨며 주문을 할 수 없었다.
국내와 비교해 동남아 시장은 외식문화가 발달해 있고 오토바이도 대중화돼 있어 배달 서비스가 빠르게 자리잡았다. 이같은 사회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된 최근에도 배달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은 고푸드와 그랩푸드 이용을 선호하는 이유로 앱 편의성, 결제수단의 용이성, 배달속도, 적용 식당의 비중이 높다는 점 등을 꼽는다.
국내 토종 플랫폼업체들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은 현재로선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성장을 노리는 한국 배달 앱들이 향후 이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면 굳건히 자리잡은 현지 토종앱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짜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일일 것이다. 특히 동남아의 경우 차량공유, 음식주문을 넘어 마트, 간편결제, 택배 등 다양한 서비스로의 확장까지도 가능한 상황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지인들이 원하는 편의성과 접근 용이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다각도로 고민할 때 동남아 배달 앱 시장의 문이 비로소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발리=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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