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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5일 17:2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시작된 MBK파트너스와 최윤범 회장의 힘 겨루기가 장기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경영권 다툼을 넘어 한국 경제에서 사모펀드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기점이 되었다. 이제 사모펀드는 자본시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주요 사모펀드들의 최근 행보와 경영 전략을 살펴보고 그 미래를 가늠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경영 정상화와 선진화는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 시 내세우는 핵심 명분이다. 실제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인수 후 단 1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오너 일가에 투입된 비용 절감만으로 낸 성과다. 시장 전문가들도 사모펀드의 이 같은 역할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하지만 현장의 임직원들은 사모펀드의 속내는 결국 '엑시트(투자회수)'라며 여전히 불신하는 분위기다.
한앤코, 1분기 만에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
지난 14일 남양유업은 "당사 및 전직 임직원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항소 없이 수용하고자 한다"라며 "이 사건으로 인해 실망과 불신을 느끼셨을 소비자 여러분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남양유업이 이런 입장문을 낸 배경은 앞서 7일 서울중앙지법이 내린 판결 때문이다. 법원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광범 전 남양유업 대표와 전·현직 임직원에게 벌금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을 부과하고 양벌규정으로 기소된 남양유업에도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현재 남양유업은 지난 1월 최대주주가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로 변경된 이후 가진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남양유업이 전 경영진의 법적 처벌을 요구하고 사과와 함께 항소를 포기한 것은 이전 남양유업의 오너십과의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앤코의 남양유업 정상화는 이번 3분기에 첫 결실했다. 남양유업은 14일 결기준 영업이익이 5억900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당기순이익도 4000만원을 기록, 5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23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당기순손실도 135억원에 달했다.
한앤코는 인수 이후 정상화 첫단추로 불필요한 비용부터 줄였다. 지난 3월 이사회를 장악한 뒤 외식사업 등 사업 개편을 진행하고 비용 절감을 위한 경영 쇄신에 집중했다. 전 오너 일가와 관련된 비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적으로 사용하는 고급 차량에 대한 지출부터 기타 의전에 필요한 비용 등이다. 실제 2021년 홍원식 전 회장은 매달 1100만원이 넘는 회사 돈을 차량 리스비로 지출했다.
오너 중심 기업경영 견제수단 역할 '톡톡'
한앤코의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는 사모펀드의 경영권 인수 관련 우수사례로 꼽힐 정도다. 한편으론 불과 경영권 인수 3개월여 만에 정상화가 가능했다는 점이 오너 중심의 한국 기업의 한계와 문제점을 대변한다. 무능한 오너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사적 비용이 기업 경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나현승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사진=고려대학교)
나현승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이에 대해 소유와 지배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오너 경영의 경우 기업 소유와 운영 주체가 같아 사적 이익이나 유용을 기업 관련 사안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란 논문을 통해 “국내 기업집단은 경영에 있어서의 성과에 기인하지 않고 총수 가족 경영자에게 전문경영인 대비 60% 더 높은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라며 “반면 오너의 보유 지분이나 경영 능력 결과가 객관적으로 설명되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모펀드의 경영 참여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오너 견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윤진수 한국ESG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사모펀드는 경영진 교체와 이사회 구성, 기업전략, 배당정책 변경요구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이 같은 사모펀드의 경영 참여는 지속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업 현장 구성원 공감 못 얻어…"납득 할 개선안 제시해야"
하지만 사모펀드의 경영참여 확대가 장밋빛 미래만은 아니다. 현재 사모펀드의 경영권 인수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기업 현장과의 괴리다. 사모펀드가 주창하는 기업 경영 정상화가 정작 현장에 있는 임직원들에게는 와닿지 않아서다.
한양증권 노조가 지난 9월2일 한양증권 본사 앞에서 사모펀드로의 매각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실제 지난 9월2일
한양증권(001750) 본사 앞에서는 한양증권 노동조합이 사모펀드 KCGI의 지분인수를 반대하며 시위에 나섰다. KCGI는 ‘강성부 펀드’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진 행동주의 펀드다. 2019년 발발한 한진그룹 오너 3세 경영권 분쟁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주주권익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KCGI이지만 정작 한양증권 노조로부터는 공감을 사지 못했다. 이날 노조는 KCGI가 무리한 자금조달로 한양증권을 인수한 뒤 투자금 회수를 위한 보유 부동산 매각 등이 경영 부실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기원 한양증권 증권업종본부장은 "한양증권이 열심히 노력해서 모아온 자기자본 5000억을 주주들과 한양증권 노동자들에게 배분하지 않고 기업 사냥에 판돈으로 쓸 것이 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KCGI가 제시한 인수가격 때문이다. KCGI는 한양증권 지분 29.6%를 2204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KCGI는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출자자(LP)로 OK금융그룹과 메리츠증권 등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기준 한양증권의 시가총액은 1500억원 내외다. 즉 시장 가치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인수하는 만큼 투자금 회수를 위한 회사 자금 유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자금 유출이 진행되는 와중 비용 개선을 명목으로 인력 구조조정도 예상된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시장을 비롯해 회사 구성원들까지 납득이 갈 만한 개선안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사모펀드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안 좋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운영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간혹 엑시트(투자회수)에만 주안점을 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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