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심수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을 골자로 한 '가짜뉴스 근절 TF' 가동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라는 초강경 대응책 도입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을 뿐더러 등록사업자인 인터넷 신문 등 매체에 대한 퇴출의 제재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직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통위는 지난 6일 "뉴스타파의 이른바 '허위 인터뷰 기사' 등 심각한 가짜 뉴스 문제와 관련해 '가짜뉴스 근절 TF'를 가동해 방송·통신 분야의 가짜뉴스 근절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라며 "고의, 중대한 과실 등에 의한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방송 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가능한 '통합 심의법제' 등 보완 입법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즉,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방송에 한정해 제재가 가능한 심의를 하는 것을 인터넷 신문 등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적용이 불가능한 방안을 보완 입법을 통해 무리하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은 위헌적 소지도 클 뿐더러 언론장악을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사단법인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는 7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여러 가지 입법을 무리하게 강행할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가 위헌의 소지가 크다"라면서 "언론의 자유는 조금 더 고양되게 보호받아야 하기에 언론중재위의 조정이라는 합의에 기반한 절차로 차단을 시키거나 하지는 않는데 방통위는 일방적으로 퇴출을 하거나 하는 권한으로 (언론을) 포섭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6일 성명을 통해 "법적 정의도 어려운 '악의적 허위 정보'를 방송·통신망을 통해 유포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것은 언론중재법, 방통위 설치법, 정보통신망법을 모두 개정해야만 가능한 발상"이라며 "심의 절차와 결과의 검토를 무시하고 국회의 입법 권한까지 침해하면서 벌이는 지금의 속도전은 명백한 월권이자 위법행위고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을 연상케 하는 전방위적 언론장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청사. (사진=뉴시스)
방통위가 강조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또한 도입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구나 현행법상 인터넷 신문 등 매체는 등록사업자인데 허위 보도를 한 번이라도 했다는 이유로 폐간 등 제재 조치가 이뤄진다면 위헌 논란의 여지도 높습니다.
김현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7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그건 방송법이나 방통위 설치법 어디를 봐도 할 수가 없다"라면서 "방통위가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얘기는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한 전시 행정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정부가 가짜뉴스 판별?..."매우 심각한 반민주적 행태"
방통위는 가짜뉴스에 대한 조치가 미흡한 방송 통신 분야에 대한 철저한 심의와 이행 조치도 예고했습니다. 실제로 예고 다음 날인 7일 지난 대선 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가짜뉴스 보도와 관련해 KBS, MBC, JTBC의 팩트체크 검증 시스템에 대해 실태점검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 자체가 어려울 뿐더러 해석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실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판단의 주체는 정부 기관이 아닌 사법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나서서 가짜뉴스를 심의하고 제재 등 조치를 한다는 것은 위법 및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나 국가권력이 '허위'와 '진실'의 판단자가 되어 표현물, 표현자를 규제, 단죄하겠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반민주적 행태"라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같은 가짜뉴스에 대한 과도한 제재를 예고하는 것은 곧 현 대통령에 대해 불리한 여론을 조성한 행위를 엄벌하고 반정부적 언론을 퇴출 시키겠다는 엄포와 다름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짜뉴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좀 더 일관되게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아웃풋(결과물)을 내기 위해서 TF를 구성한 것"이라며 "이번에 TF를 구성해서 가짜뉴스에 대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들여다보고 현재의 대응 체계로 미흡했던 것을 보완하는 방안들을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과 관련해서는 "현재로서는 그런(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가능하게 하는 부분은 없지만 중대한 과실이 발생했을 때 아주 강한 제재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측면에서 실효성 있는 대응 제재 방안의 사례로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배덕훈·심수진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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