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올해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유통업계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저가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3사는 한시적으로 품목을 정해 최저가 가격을 선보이며 고객 발길을 유도하고, 편의점은 '1000원 마케팅'을 펼치며 고물가 시대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7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달부터 매주 하나의 상품을 선정해 초저가에 판매하는 '이번주 핫 프라이스' 할인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프로모션 대상은 구매 빈도가 높은 식품과 생필품입니다. 롯데마트는 쌀을 첫 행사 품목으로 선정해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롯데마트 전 매장에서 정상 판매가 3만1900원인 '정갈한 쌀(10㎏)'을 1만9900원에 판매했습니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 '가격파격 선언'을 시행했습니다. 매월 3개 식품과 가공식품·일상용품 40개 상품을 선정해 최저가 수준에 제공하는 행사입니다. 지난달 행사 품목이었던 삼겹살의 가격 할인을 지속하며, 이달에는 명절과 관련된 소불고기, 양파, 냉동만두를 정상가 대비 각 29~41% 저렴한 가격에 선보였습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저가 정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18일부터는 마이홈플러스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육류 제품을 최대 반값까지 할인하는 '갈비 유니버스'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앞서 감귤·사과·포도 유니버스를 통해 제철 과일이나 가격이 대폭 오른 상품을 할인 판매했습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상품을 저렴하게 선보여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을 이끌고자 한다"면서 "특히 이달에는 설 특수에 맞춰 관련 상품을 선정했다"고 말했습니다.
편의점 업계는 '1000원 상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CU는 지난달 '매콤어묵 삼각김밥'을 1000원에 내놨습니다. 꾸준한 물가 상승으로 삼각김밥의 가격이 오른 가운데 1000원짜리 삼각김밥이 출시된 것은 5년 만입니다. 이달 세븐일레븐은 점심시간대인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세븐카페 아이스아메리카노 레귤러'를 1000원에 한시적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왼쪽)이마트의 '가격파격 선언'과 (오른쪽)롯데마트의 '이번주 핫프라이스' 행사 포스터. (사진=이마트·롯데마트)
가처분 소득↓…이커머스 확산 '위협'
이처럼 유통업계가 저가 공세에 집중하는 이유는 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가파르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로 전년 동기 대비 2.8% 상승했습니다. 구입 빈도가 높은 144개 품목을 따로 조사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평균보다 높은 3.4%를 기록했으며, 식품은 4.9%에 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가처분 소득이 낮아진 만큼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를 때 가격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다며 유통업계의 저가 정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요층이 조금 더 저렴한 상품을 찾거나 사실상 지갑을 닫는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외식이나 배달 음식을 시키기보다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음식들을 마트나 편의점에서 찾는 식이다. 초저가 마케팅은 이 같은 수요층을 흡수하기 위한 업계의 자구책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커머스 업체들이 가격, 배송 측면을 앞세워 경쟁력을 강화함에 따라 오프라인에 주력하는 곳들이 살길을 찾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이커머스 업계 공습까지 더해지며 초저가 상품들이 물밀듯 유입되는 상황"이라며 "마트 및 편의점 업계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상품 마케팅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충범·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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